“생산성 높이려면 잘 자야”
글로벌 CEO들도 숙면 강조
‘만성 수면부족’ 韓서도 각광
대기업·벤처 너도나도 진출
스마트워치·앱으로 수면 분석
온도·자세 조절하는 용품 인기
“숙면은 내 생산성 향상에서 가장 중요한 신체적 요소.”(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
“덜 자려고 해봤지만 일이 잘 안 된다. 이제 하루에 6시간 잔다.”(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숙면이 ‘부의 상징’으로 떠오르고 있다. 생체 리듬 불균형, 빛과 소음 공해, 휴식 시간 축소 등 숙면을 방해하는 요소가 과거에 비해 증가해 잘 자기 위해서도 돈과 시간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수면 진단, 숙면 용품 등 관련 산업은 성장가도를 달리고 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글로벌 마켓 인사이트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전 세계 슬립테크 시장 규모는 211억달러(약 29조원)였으며, 2032년까지 952억달러(약 130조원) 수준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많은 사람이 만성적인 수면 부족을 겪고 있는 한국에서도 슬립테크 시장이 유망하다. 슬립테크 스타트업 에이슬립이 발표한 ‘대한민국 수면 리포트 2025’에 따르면 대한민국 국민의 평균 수면 시간은 5시간59분으로 권장 수면 시간보다 1시간 이상 모자라다. 침대에 누워 있는 시간 대비 실제 수면 시간의 효율도 약 85%에 불과했다. 한국수면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국내 수면 관련 시장 규모는 2011년 약 4800억원에서 2021년 3조원으로 연 20% 이상씩 성장했고, 앞으로도 고도 성장이 점쳐진다. 스타트업뿐만 아니라 삼성전자를 비롯한 대기업들도 이 시장에 뛰어드는 이유다.
슬립테크 시장은 크게 진단과 개선 분야로 나뉜다. 진단 분야에서는 삼성전자 ‘갤럭시 워치’ ‘갤럭시 링’ 등 스마트 디바이스와 삼성 헬스 애플리케이션(앱)이 널리 쓰이고 있다. 갤럭시 워치는 바이오액티브 센서를 탑재해 수면 중 뒤척임, 렘(REM)수면 시간, 혈중 산소포화도 등 사용자의 수면 패턴을 파악할 수 있는 지표를 측정한다. 특히 갤럭시 워치8 시리즈는 ‘취침 시간 가이드’ 기능으로 최근 3일간의 수면 패턴을 분석해 최적의 취침 시간을 제안하고, 수면 중 ‘혈관 스트레스’를 측정해준다. 워치를 착용하고 자면 심혈관에 가해진 스트레스 정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추세를 알려줄 뿐만 아니라 수면, 스트레스, 운동, 식생활 습관 등 심혈관에 영향을 주는 생활 패턴을 함께 관리하도록 조언해준다.
별도 디바이스를 사지 않고도 스마트폰만 있으면 수면 상태를 분석할 수 있는 에이슬립 앱 ‘슬립루틴’도 각광을 받고 있다. 이 앱은 잠잘 때 호흡 소리를 분석해 수면을 진단해준다. 에이슬립의 또 다른 앱 ‘앱노트랙’을 이용하면 병원에서 수십 만원 이상 지불해야 하는 수면무호흡증 검사를 집에서 스마트폰으로 할 수 있다. 전문적인 수면다원검사와 비교해 90% 성능을 보이는데, 비용은 3만~5만원 수준이다.
진단 결과는 수면 환경 개선을 위한 데이터로 활용된다. 수면 상태를 바탕으로 온도, 조명, 소리, 침구 등 물리적 환경을 최적화해 숙면을 유도하는 것이다. 수면 상태에 따라 매트 온도를 조절하는 경동나비엔 ‘나비엔 숙면매트 사계절’이 대표적이다. 수면 중 호흡음을 통해 수면 단계를 분석하고, 이에 따라 매트의 온도를 조절하며 최적의 숙면 환경을 조성한다. 체온이 떨어지는 ‘깊은 수면 단계’에 돌입하면 매트의 온도를 높여 적절한 숙면 온도를 유지하고, 체온 조절 능력이 저하되는 ‘렘수면 단계’에서는 매트 온도를 낮춰 더워지는 것을 방지한다.
텐마인즈 ‘AI 모션필로우’는 베개 높이를 조절해 숙면을 돕는다. 음향 센서를 통해 수면 중 코골이 소리를 감지하면 베개의 에어백이 자동으로 부푼다. 천천히 부풀어 오른 에어백은 머리를 부드럽게 회전시키는 방식으로 기도 공간을 확보해 코골이 완화에 도움을 준다.

바디프랜드 침대 ‘라클라우드 헬스모션’은 모션 프레임을 움직여 상·하체 각도를 조절할 수 있어 불면족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숨 편한’ 모드를 적용하면 바디프랜드 메디컬R&D센터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수면 시 잠이 깨지 않으면서도 호흡을 편안하게 해주는 각도로 모션 높이를 조정해준다. 코웨이의 ‘비렉스 스마트 매트리스’는 사용자의 취향, 체형, 수면 자세에 맞춰 매트리스 경도(딱딱함)를 조절해 수면을 돕는다. 스프링 대신 슬립셀이란 소재를 사용했고, 슬립셀에 주입된 공기 밀도에 따라 매트리스 경도가 바뀐다. 어깨, 허리, 엉덩이, 다리 등 신체 부위별로 체형에 맞춰 경도를 조절하는 것도 가능하다.
대기업들도 앞다퉈 숙면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삼성전자는 올해 출시한 에어컨 신제품에 ‘굿슬립’ 모드룰 추가했다. 갤럭시 워치, 갤럭시 링과 연동해 사용자의 수면이 감지되면 에어컨을 자동으로 작동시키고 온도를 조절해준다. 또 기상 알람 시간에 맞춰 별도로 조작하지 않아도 에어컨 운전이 자동 종료된다. 현대건설은 에이슬립 수면 데이터 분석 기술을 활용해 주거 공간 전체를 스마트하게 제어하는 ‘헤이슬립(Hey, Sleep)’ 솔루션을 공동 개발했다. 온도·습도·공기 질·조명 등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사용자의 수면 상태에 따라 자동으로 최적의 환경을 조성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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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9/00055280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