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끼를 입은 남성 2명은 병원 동관에서 나오는 환자들에게 "약국이요. 약국", "약국 가시는 분"을 외치며 "약국 가시려면 천막 쪽으로 가세요"라고 안내했다. 한 환자가 "어디 약국 가냐"고 묻자, 이들은 "원하시는 약국 있으면 말씀하시고 없으면 OO약국으로 가면 된다"고 답했다.
처방전을 손에 든 채 건물을 나서던 환자들은 이들의 안내에 따라 천막으로 이동했다. 약 500m 떨어진 곳에 설치된 흰 천막에는 이미 13명의 환자들이 손부채질을 하며 차량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윽고 차량이 한 대씩 멈춰선 뒤 문을 열고 환자들을 태웠다. 무전기를 든 남성은 "손님 두 분 차에 탑니다", "출발합니다" 등의 내용을 교신했다.
무전기에는 약국 상호명이 적혀있었다. 대학병원 앞 약국(문전약국)에서 차량을 동원한 환자 호객행위를 하면서 위법 논란이 일고 있다. 환자들은 대체로 "편하다"는 입장이지만, 관할 자치구는 불법 주정차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 환자 위한 셔틀버스 주장에…불법 주정차 단속 골머리 환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이다. 몸이 불편한 상태로 먼 거리까지 이동해야 하는 불편함을 없앨 수 있다는 것이다. 70대 A 씨는 "우리 같이 나이 먹은 사람들은 약국을 찾는데 헤매기도 하고 거리가 멀어 불편한데, 걸어서 안 가게 데려다준다"며 "처방전 갖고 나오는 환자들을 봉사 차원에서 자기 약국으로 데려다주는 사람들"이라고 말했다.
더욱이 약국이 아닌 장소로 이동 편의도 제공한다. 한 약국을 찾은 환자들은 "천호역이나 잠실역으로 갈 수 있냐"고 일제히 물었다.
B 약국 관계자는 "병원과 약국이 거리가 있는 데다 환자 중에는 통행이 불편한 분들도 있다보니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C 약국 관계자도 "손님들을 위해 (운영)하는 것"이라고 전했다. 다만 호객행위를 하는 약국 차량들의 불법 주정차로 불편을 호소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송파구청에는 '약국 차량이 불법으로 주차하고 있다'는 민원이 월 평균 8건 접수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50대 박모 씨는 "나도 타보긴 했지만 버스나 택시를 타는 게 마음이 편하다. 남들이랑 가는 게 좀 그렇다"며 "우리는 잠깐 병원에 들렀다 나와도 주차장에 차를 대거나 환자를 내려주고 차로 인근을 한 바퀴 돌고 오는데, 약국 차량들이 도로를 차지하고 떼로 다니는 건 의아하다"고 지적했다.
이들 차량의 정차 시간이 5분 미만이라 단속에도 어려움이 있는 상황이다. 구청에 따르면 주차 중인 차량은 즉시, 정차 중인 차량은 5분 이상 정차하고 있을 때 단속이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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