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일상 스며든 日 대중문화…'제2의 J르네상스'
노래방서 J팝 떼창하고
'B급 日 애니'도 본방 사수
"노래방에 J팝 더 넣어달라"
일본곡 연주 2년 전보다 두 배↑
올해 수록된 곡만 6300개 달해
켄시 등 내한 공연도 완판 행진
집밖으로 나온 日서브컬처
OTT서 3500여개 日애니 방영
편의점엔 日 캐릭터 굿즈 등장
"韓 1020세대 J르네상스 이끌어"

지난 17일 서울 연남동에 있는 경의선 숲길 주변 이면도로. 일본어 간판을 붙인 식당들 사이로 일본 유명 싱어송라이터 유우리의 ‘베텔게우스’라는 노래가 흘러나왔다. 일본식 열쇠고리 및 인형을 파는 소품 가게와 일본식 선술집 사이에 일본 제품 전용 자판기까지 등장했다. 일명 ‘연트럴파크’로 알려진 이곳이 ‘일본 거리’로 불러도 될 만큼 젊은 층 사이에서 일본 문화를 체험하는 명소가 됐다.
이곳을 찾은 대학생 김민석 씨는 “일본식 주점에서 일본 음악을 들으며 하이볼을 마신 뒤 친구들과 노래방으로 이동해 일본 노래를 같이 부르면 꼭 일본에 와 있는 느낌을 받는다”고 말했다.
◇ 일본 가수 공연은 매진 행렬
일본 문화가 한국 대중문화 곳곳에 스며들고 있다. 이달 초 서울에 문을 연 일본 잡화점 ‘돈키호테’에 연일 인파가 몰리는가 하면 일본 음식과 애니메이션, 음악, 영화 등을 폭넓게 소비하는 사람이 늘고 있다. ‘오타쿠’(덕후)의 전유물로 간주되던 일본의 서브컬처가 K컬처 속에 녹아들어 ‘제2의 J르네상스’를 맞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비주류이던 일본 음악이 J르네상스를 주도하고 있다. 국내 최대 노래방 업체 TJ미디어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동전노래방에서 일본 곡이 연주된 횟수는 3600만 건으로 집계됐다. 1500만 건이던 2022년의 2.4배 수준이다. TJ미디어 관계자는 “J팝 신곡을 넣어달라는 요청이 늘어 올해에만 새로 수록된 일본 노래가 6300곡이 넘는다”고 말했다.
일본 가수의 내한 공연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3월 인천에서 열린 일본 인기가수 요네즈 켄시의 콘서트 표(2만2000석)는 이틀 연속 매진됐다. 4월 처음으로 한국을 찾은 일본 싱어송라이터 아이묭(Aimyon)의 공연 티켓(1만6000장)도 10분 만에 모두 팔렸다. 두 가수의 노래를 포함해 지난해 음원 서비스 업체 멜론의 ‘해외 종합 톱 차트 100’에 오른 일본 곡이 사상 최대인 8곡이었다.
◇ 日 애니메이션과 굿즈도 인기

국내에 들어오는 일본 애니메이션도 다양해지고 있다. 과거엔 ‘이웃집 토토로’ ‘하울의 움직이는 성’ 같은 스테디셀러만 인기를 끌었다면 최근엔 일본에서 크게 주목받지 못한 작품도 국내에 소개되는 추세다. 국내 유일한 애니메이션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인 라프텔에 방영된 애니메이션은 2021년 2181개에 그치다가 지난해 3471개로 60%가량 늘었다. 올 들어 지난달까지 3533개의 일본 애니메이션이 방영돼 반년 만에 지난해 전체 수치를 넘어섰다. 라프텔 유료 이용자도 2022년 17만 명에서 지난해 28만 명으로 64% 증가했다. 지난해엔 국내 인기 걸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 등이 일본 애니메이션 ‘최애의 아이’에 나온 주인공 춤을 따라하는 영상이 화제가 됐다.
일본 애니메이션의 인기에 힘입어 관련 굿즈도 덩달아 잘나가고 있다. 라프텔의 모회사인 애니플러스는 서울 합정동과 부산 서면에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를 판매하는 카페를 열었다. 콘텐츠기업 대원미디어는 지난 4일 편의점 GS25에서 뽑기 형태로 일본 애니메이션 굿즈를 살 수 있는 서비스를 시작했다.
◇ “새로운 문화 트렌드 될 것”
팬데믹 이후 ‘슈퍼 엔저’ 장기화로 급속히 늘어난 일본 여행 붐이 J르네상스의 주된 배경으로 꼽힌다. 일본을 방문한 한국인 관광객은 2022년 302만 명에서 2023년 1946만 명으로 급증한 뒤 지난해 2526만 명으로 30% 가까이 늘었다. 올 들어 6월까지 방일 관광객은 1344만 명으로 지난해의 절반 수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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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598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