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안티백서’ 주장이 유력 언론 칼럼에… 황당하다”

남기현 매일경제 컨슈머마켓부장은 지난 10일 <정은경의 추억> 칼럼에서 "정은경 전 질병관리청장은 악명 높았던 사회적 거리두기를 주도한 인물"이라며 "필자는 방역패스와 사회적 거리두기를 최악의 정책 실패 사례라고 본다. 이 두 가지는 통제 수단,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코로나19 백신이 사실상 효과가 없었다는 주장이 이어졌다. 남 부장은 "백신 접종 후 혈액에 생기는 항체(IgG)는 코 점막에 달라붙는 코로나 바이러스를 막지 못한다. 백신을 아무리 많이 맞아도 바이러스에 노출되면 누구나 코로나에 걸린다"며 "예방 효과가 없다는 얘기다. 실제로 2023년 초 우리나라 국민 97%가 백신을 맞았지만, 국민 70%가 코로나에 감염됐다"고 했다.

보건복지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정은경 전 청장이 사과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남 부장은 "그들의 상처가 '현재진행형'인데, 정은경 전 청장이 화려한 복귀를 앞두고 있다"며 "이 한마디는 꼭 전하고 싶다. 과거 잘못된 정책에 대해, 피해자들의 아픔에 대해 진정으로 사과하라"고 했다.
백신이 감염병 예방 확산을 막는 데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은 이미 과학적으로 입증된 사실이다. 백신을 맞아도 바이러스에 감염될 수 있는 건 사실이지만 백신이 감열 확률 자체를 낮추고 걸리더라도 증상을 약화시킨다는 것이 수많은 연구를 통해 확인됐다. 한국뿐 아니라 다른 여러 나라에서도 백신을 기반으로 한 감염병 대응 체계가 돌아간다.
이재갑 한림대 감염내과 교수는 통화에서 매일경제 칼럼을 놓고 "과학적으로 근거가 부족한 주장일 뿐이다. 논문 몇 개만 찾고 전문가에게 물어보기만 해도 나올 수 없는 내용"이라며 "장관 후보자에 대한 공격의 목적으로 과학이 도구로 쓰인 게 아닐까 싶다, 이런 내용이 유력 일간지에서 나왔다는 게 믿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내용이 안티백서(백신 접종을 거부하는 이들) 등에서 반복되는 주장이라고 지적했다. 기성 언론이 칼럼에서 담을 만한 수준의 주장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재갑 교수는 "잘 모르는 사람들은 '유명한 신문에서 쓸 정도니 정말 (백신이) 문제가 있는 게 아니야?'라고 생각할 수 있다. 안티백서의 논리를 언론이 공식화해준 것이라 그 부분이 우려스럽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기성 언론의 권위에 기대 소위 '레퍼런스'처럼 작용할 우려가 있다. 데스킹에서 당연히 걸러져야 하는 부분인데 납득이 잘 되지 않는다. 황당하다"고 말했다. 정재훈 교수도 "과학과 정치는 분리돼야 한다. 정치적인 의도 때문에 의학이 왜곡된다면 그것이 가장 위험한 일"이라며 "미국의 백신 음모론도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결합한 현상"이라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한국의 백신 반대 운동도 정치 세력과 매우 긴밀하게 결탁하고 있다"며 "부정선거 음모론자들과 백신 음모론자들이 겹치는 경우가 많다. 반지성주의에 가까운 주장을 하기는 쉽지만 이를 반박하기 위해 전문가들과 과학계가 해야 하는 노력은 너무나 많다. 데스크라면 이런 과학적 사실에 대한 판단은 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령 기자
출처 미디어오늘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06/0000130901?sid=1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