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오마이뉴스]오백 원짜리 여섯 개, 주차장에서 거절당했습니다
3,286 7
2025.07.17 14:51
3,286 7


지난주, 서울 압구정동에 있는 병원을 다녀왔다. 아킬레스 건염으로 고생하는 남편 진료가 예약된 날이었기 때문이다. 진료를 마치고 건물 주차장에 맡겨둔 차를 찾기 위해 발레 파킹 정산소로 갔다.

주차비가 3천 원이라는 걸 미리 알고 오백 원짜리 여섯 개를 준비해 갔다. 남편은 동전을 안 받을 거 같다며 카드 결제로 해야 될 거라 말했다. 그래도 난 설마 하는 마음으로 준비했다.

"주차비는 3천 원입니다."

기다렸다는 듯 난 오백 원짜리 여섯 개를 주머니에서 꺼냈다. 미리 준비해온 잔돈이다. 작은 금액은 동전이나 지페로 내는 것이 익숙한 세대다.


그런데 직원은 동전을 내미는 내 손을 슬쩍 보고는 고개를 내 저였다.

"현금은 안 받아요. 카드나 계좌이체로만 가능합니다."

남편의 짐작이 맞았다. 백 원은 몰라도 오백 원짜리는 받을 거라는 건 내 생각일 뿐이었다. 순간 시대에 뒤떨어진 사람 같아 당황스러웠다.

그 순간, 마음 한편이 휑해졌다. 분명 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런 일이 흔하지 않았는데, 이제는 현금이 '거절' 당하는 일이 너무나 자연스러워졌다. 그동안 여러 가게에서 '현금보다는 카드로 부탁드립니다'라는 말은 들었지만, 이번엔 아예 "현금 불가"라는 확고한 거절이었다.

물론 불편했던 건 그 상황 자체가 아니라, 내가 쥐고 있던 오백 원짜리 여섯 개의 무력함이었다. 한때는 자판기도, 시장도, 학용품 하나도 동전으로 사고팔던 시절이 있었는데, 이제는 그 동전이 사용조차 어려운 시대가 된 것이다.


물론 현금 없는 사회는 분명 효율적이다. 결제는 빠르고, 거스름돈도 없고, 회계 처리는 깔끔해진다. 나 역시 일상 대부분을 카드나 간편결제로 해결한다.

하지만 문득 드는 생각이 있다. 혹시 우리는 그 편리함을 좇다가, 누군가를 배제하고 있는 건 아닐까. 스마트폰을 사용하지 않는 어르신, 스마트폰에 익숙하지 않은 어르신, 은행 앱을 어려워하는 분들, 휴대폰이 없어도 살아가는 사람들.

그분들에게는 '계좌이체'보다 '현금 한 장'이 훨씬 익숙하고 안전한 방법이다. 그런데 이제는 작은 주차비 조차도 '디지털 능력'을 요구한다. 현금은 점점 불편한 존재가 되어가고, 현금을 쓰는 사람도 '불편한 사람'처럼 취급받는 것 같아 씁쓸하다.

요즘은 시장에서 떡 하나를 사도 "페이 되나요?"라고 묻는 시대다. 그리고 그 질문이 익숙해진 나조차도, 그날처럼 동전 하나 내밀었다가 거절 당하면 속이 씁쓸해진다. 아직 나는 완전히 '현금 없는 사회'에 마음을 내주지 못한 사람인가 보다.

나는 오늘도 지갑 한쪽에 동전 주머니를 챙긴다. 당장은 쓸 일이 없더라도, 누군가 내 동전을 흔쾌히 받아주는 날이 올까 기대하면서. 그리고 잊지 않기 위해서다. 지금의 '편리'가, 누구에게는 '불편'일 수도 있다는 사실을.



김남정


https://omn.kr/2ekok


https://n.news.naver.com/article/047/0002481164?sid=103


목록 스크랩 (0)
댓글 7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뻔한 선물은 그만! 센스 칭찬받는 '유시몰' 프리미엄 기프트 2종 체험단 모집 🎁 (카카오선물하기 단독출시) 359 05.11 30,877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168,92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407,230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135,89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698,362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116,038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71,813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70 20.09.29 7,477,30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20 20.05.17 8,690,10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21 20.04.30 8,578,950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529,24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66284 유머 멤버들한테 억까당하는 리더 남돌..jpg 1 02:52 251
3066283 유머 와씨 우리회사 신입 패기 지리네... 15 02:34 1,584
3066282 유머 거북이 빙고/거북이 비행기/티아라 롤리폴리 보카로커버.ytb 1 02:32 121
3066281 이슈 엄마 삼성전자 수익률 366%임 걍 입 다물어야됨 난 아무것도 모름 02:22 1,537
3066280 유머 서울시민의 대한민국 요약 12 02:20 1,516
3066279 이슈 대만에 가면 있다는 특이한 홈마 3 02:17 1,360
3066278 이슈 나 여자아이들 우정, 추억 이런거에 약하니까 이런짓하지말라고 아 울거같애........ 2 02:15 863
3066277 이슈 원덬이가 즐겨 보는 연예인들 레전드 먹방 3 02:07 908
3066276 이슈 아주 감명깊은 야구 경기를 본듯한 가나디 작가 신작 5 02:02 1,335
3066275 유머 국립부경대 축제에서 야르사건..jpg 02:01 1,364
3066274 이슈 띠동갑 연하남이랑 소개팅하는 홍진경.jpg 12 01:51 2,837
3066273 이슈 귀여니가 중국에서도 유행이었어?.twt 17 01:49 1,682
3066272 이슈 ㄹㅈㄷ 감다살이라는 말 나오는 빌리 WORK 수트 버전 안무 영상.ytb 7 01:49 721
3066271 기사/뉴스 "10대 때 가족에 성폭력 당했다"…태국 '싱하 맥주' 재벌 4세 폭로 2 01:47 1,518
3066270 이슈 지금 2주째 유튜브에서 실시간 스트리밍 중인 것 2 01:46 1,847
3066269 유머 다들 속았는데 사실 최유정이 지어낸 키티목소리 1 01:42 907
3066268 이슈 민경 인스타 승용 댓.jpg 5 01:34 2,348
3066267 기사/뉴스 애니 '루팡 3세' OST 작곡한 오노 유지, 84세 나이로 별세  01:26 306
3066266 기사/뉴스 문 닫은 안성재 유튜브, "채널 재정비" 변명에 댓글 만선…"끝까지 기싸움" [엑's 이슈] 38 01:21 3,232
3066265 이슈 최민수 최전성기 3 01:16 7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