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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김씨 "사법부 최악의 역사…스스로 바로잡길"
유족 측, 尹 비상계엄 선포 언급하기도…"45년만에 김재규 불러와"

1979년 당시 김재규 중앙정보부장이 박정희 대통령 시해사건 현장 검증에서 상황을 재연하는 모습 ⓒ연합뉴스
1979년 10월26일 박정희 전 대통령 등을 암살한 혐의로 사형을 선고받은 김재규 전 중앙정보부장의 재심이 시작됐다. 김 전 부장의 유족은 "사법부 최악의 역사"라며 이를 바로잡길 바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1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이재권·박주영·송미경 부장판사)는 김 전 부장의 내란 목적 살인 등 혐의에 대한 재심 첫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이번 재심을 청구한 김 전 부장의 여동생 김정숙씨(86)는 이날 법정에서 "오빠가 막지 않았다면 우리 국민 100만 명 이상이 희생됐을 것"이라면서 "이번 재심은 대한민국 사법부 최악의 역사를 스스로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유족 측 변호인단은 당시 김 전 부장이 받은 수사 및 재판의 정당성을 문제삼았다. 변호인단은 △사건 당시는 10·27 비상계엄 발령 전으로, 민간인 신분이던 김 전 부장이 군당국의 수사와 군사 재판을 받을 이유가 없었다는 점 △김 전 부장에게 내란 목적이 없었다는 점 등을 항소 이유로 내세웠다.
변호인단은 "당시 재판은 피고인의 방어권을 무력화했다"면서 "1979년 10월27일 기소 이후 17일만에 사형 선고가 났을 만큼 졸속으로 신속하게 이뤄졌다"고 꼬집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작년에 선포한 12·3 비상계엄에 대한 언급도 있었다. 변호인단은 "윤석열이 다시 45년 전 김재규를 불러왔다"면서 "1979년 사법부가 '이것은 비상계엄 선포 요건이 아니다'라고 밝혔다면 그런 역사가 반복될 수 있었을지 사법부가 다시 한번 심사숙고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아울러 "박정희 개인에 대한 살인 사건일 수 있지만, 국헌문란이 아니었다"면서 "피고인은 박정희를 살해해 자유민주주의를 회복하는 게 목적이었다"고 강조했다.
반면 검찰 측은 "지금 단계에서 항소 이유를 명확하게 밝히긴 어려울 것 같다"면서도 "피고인 측 항소 이유 관련 여러 주장에 대해 입증 계획을 준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관심 사안인 분들도 많아서 통상 절차에 따라 나름대로 신속하게 심리하면 어떨까 생각한다. 검사 측도 거기에 맞춰달라"고 당부했다. 다음 재심 공판기일은 오는 9월5일에 진행된다.
한편 김 전 부장은 1979년 10월26일 박 전 대통령과 차지철 전 청와대 경호실장을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약 6개월 뒤인 1980년 5월 사형에 처해졌다. 대한민국 헌정사상 초유의 현직 대통령 암살 사건이었다.
김 전 부장의 유족들은 2020년 5월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고, 서울고법은 심리 끝에 지난 2월19일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검찰은 이에 불복했으나 대법원이 검찰의 재항고를 기각하면서 재심 절차가 이날 본격 개시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