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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정공법 택한 ‘전독시’, 짙은 원작의 맛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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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7.16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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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경제=손미정 기자] ‘내가 좋아했던, 나의 전부였던 이야기가 현실이 됐다’.


평균 조회수 1.9회의 웹소설 ‘멸망한 세계에서 살아남는 세 가지 방법’. 10년 넘게 연재된 이 망한 웹소설의 유일한 독자인 ‘김독자’(안효섭 분). 오랜 기간 그저 조회수 1로서 살아온 평범한 독자는 오늘도 멍하니 퇴근길 3호선 지하철에 오른다. 계약직 근무 마지막 날이라는 지나치게 현실적인 일상. 갑자기 지하철이 멈추고, 그만 아는 소설의 이야기가 눈앞에 펼쳐지기 시작한다. 소설 속 주인공인 ‘유중혁’(이민호 분)까지.


독자는 알고 있다. 모두가 죽고 주인공 혼자만 살아남는 것이 이 소설의 결말이라는 것을. “내가 살기 위한 희생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이 주제인가요?”. 안 그래도 ‘최악’이라 생각했던 결말이었다. 그는 멸망하는 이 세계로 한 걸음씩 나아가며 다짐한다. 동료들과 힘을 합쳐 모두가 사는 결말로 바꾸기로.


올 하반기 최고 기대작 ‘전지적 독자 시점’(감독 김병우·이하 전독시)이 지난 15일 언론배급 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제작비 추산액 300억원. 오랜만에 극장가를 찾은 초대형 판타지 액션이자, 개봉작 가뭄에 시달리던 한국 영화계의 단비 같은 영화다. 원작은 누적 조회수 3억뷰의 동명의 메가히트 웹소설이다. 역시나 원작팬들의 불편한 시선이 만만찮다. 여러모로 짊어진 짐도, 해내야 할 것도, 증명해야 할 것도 많은 영화임은 틀림없다.


기대와 부담감 속에서 영화는 정공법을 택한다. ‘이게 될까’ 싶었던 원작 속 세계관을 기어이 화면으로 옮겨놓고, 실사화의 부담을 피하지 않은 도전적 시퀀스들을 이어 붙이면서 결국엔 ‘원작의 맛’을 살려낸다. 영화화하는 과정에서 생기는 불가피한 손실은 과감히 생략하되, 그럼에도 원작의 결을 지키려 했던 노력의 결과다. 김병우 감독은 “나는 원작을 몹시 사랑했던 사람”이라며 “최대한 작가의 의도와 원작의 재미를 유지해 나가는 것이 좋겠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영화는 빠른 흐름으로 크리처들이 사정없이 달려드는 아포칼립스 세계관에 관객들을 데려다 놓고, 지상과 지하, 차원을 넘나드는 주인공들의 여정을 몰입감 있게 재현했다. 주요 인물들은 긴 설명 없이 등장해 빠르게 서사에 자리를 잡는다. 김독자와 유중혁을 비롯해 ‘유상아’(채수빈 분), ‘이현성’(신승호 분), ‘정희원’(나나 분), ‘이길영’(권은성 분), ‘이지혜’(지수 분) 등 캐릭터와 배우 간의 싱크로율도 기대 이상이다.


배우들이 만들어내는 속도감 넘치는 몸놀림은 화면에 넘쳐나는 특수 효과들을 뚫고 나온다. 액션 하나하나가 화려하지만 요행을 부리지 않아 더욱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캐릭터의 스킬에 맞게 다채로운 액션을 꾸리려했던 제작진의 노력도 엿보인다. 시종일관 뛰어다니며 거침없이 단도를 휘두르는 정희원의 날렵한 액션은 특히 강렬하다. 정희원을 연기한 나나는 “액션 연습을 4~5개월간 했다. 단도를 처음 다뤄 선과 힘의 조화를 유연하게 표현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했다.


주인공들이 가진 각자의 ‘스킬’이 영화의 메시지와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점도 인상적이다. 원작에서는 충무공을 배후성(특정 인물에게 장비, 스킬 등을 부여하는 존재)으로 칼을 쓰는 이지혜가 영화에서는 총을 사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된 적이 있다. 유상아는 명주실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는 스킬을 선보인다. 원작에서는 없던 능력이다. 이처럼 일부 새롭게 설정된 주요 인물들의 스킬은 ‘협공’에서 빛을 발한다. ‘인간은 혼자가 아닌 함께 살아가는 존재’라는 영화의 메시지와 정확히 일치한다.


극한의 상황에 몰린 생존자들은 타인의 희생을 눈감는다. 나라도 살아남기 위해서다. 여기서 영화는 주인공 일행의 내면을 좀 더 깊게 파고든다. 그 안에서 ‘혼자’ 살겠다는 이기심과 ‘함께’ 살아남으려는 의지를 대비시킨다. 영화는 판타지 액션이란 장르를 전면에 내세웠지만, 결국 인간에 대한 이야기다. 감독은 “관객들이 극장을 나갈 때 ‘영화가 이런 의미가 있구나’라고 느낄 수 있도록 좀 더 욕심을 내 설계했다”고 했다.


영화는 원작의 설정 중 복잡한 것은 버리고, 필요한 것은 직관적으로 살려내 원작을 읽지 않은 관객의 진입장벽을 낮췄다. 그럼에도 시나리오, 코인, 성좌, 배후성 등 일부 설정들은 여전히 쉽지 않다. 현실에서 멸망한 세계로, 그리고 다차원의 판타지적 공간까지 확장되는 세계관 역시 일부 관객들에게는 생소하게 다가갈 수 있다. 약간의 예습이 더해지면 더 즐겁게 관람할 수 있다.


영화가 다루고 있는 것은 원작의 일부다. 하지만 전독시는 절정에 달하는 위기와 그것을 극복하는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모두 담아내며 한 편의 영화로서 완결성을 가져간다. 유중혁과 이지혜 등 일부 캐릭터들의 활약은 아쉽다. 원작에서 나름 역할이 적잖은 한명오(최영준 분)의 비중도 작다.


이러한 아쉬움들은 동시에 후속에 대한 기대를 더욱 커지게 만든다. 감독은 “다음 이야기가 있다는 걸 배우들도 알고 있다”며 “후속편 가능성은 현재 극장 상황에 따라 얼마나 많은 사랑을 받느냐에 따라 달려 있다”고 밝혔다.

“기대 없이 편안하게 3호선 지하철에 앉아 있으면, 나머지는 저희가 다 알아서 하겠다”. 감독의 말대로 2시간을 스크린 앞에 앉아 있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영화가 알아서 새로운 것들을 눈앞에 가져다 놓기 때문이다. 관객은 즐기기만 하면 된다. 물론 도전 자체만으로도 의미 있는 영화다. 영화는 주어진 무게를 견뎌냈다. 23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https://v.daum.net/v/202507160935422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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