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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 선고
동종 전력에도 '학생 신분' 고려
자신의 성적 욕망을 채우려 수차례 교내 여교사 화장실에 몰래 침입한 고등학생에게 법원이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했다. 대담한 범행으로 죄질이 무겁지만, 아직 학생이라는 점 등을 고려해 마지막 기회를 준 것으로 풀이된다.
전주지방법원 김미경 판사는 성폭력처벌법 위반(성적 목적 다중이용장소 침입) 혐의로 기소된 고등학생 A군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고 지난 6월 11일 밝혔다. 이와 함께 보호관찰과 40시간의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수강도 명령했다.
여교사 뒤 밟아…두 달간 6번이나 화장실 침입
전주의 한 고등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인 A군은 지난해 7월부터 9월까지 총 6차례에 걸쳐 학교 본관 2층에 있는 교직원 여자화장실에 무단으로 침입했다.
범행은 치밀하고 대담했다. A군은 도어락이 설치돼 출입이 통제된 화장실 앞에서 기다리다가, 여교사들이 비밀번호를 누르고 들어가는 순간을 노렸다. 교사의 바로 뒤를 몰래 따라 들어가는 수법이었다. A군은 수사기관과 법정에서 "여교사들의 용변 보는 모습을 훔쳐보거나 자위행위를 할 목적으로 들어갔다"고 진술했다.
피해 교사들은 제자의 끔찍한 행각에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했다. 재판부는 "피해 교사들은 공중화장실에서 신체가 촬영됐을지 모른다는 불안감과 성적 불쾌감을 느꼈고, 학생 지도의 어려움 등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A군이 사죄의 의미로 피해 교사 1인당 100만 씩 법원에 공탁했으나, 피해자들은 수령을 거부하며 용서하지 않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법원이 '집행유예' 택한 결정적 이유
죄질이 무겁고 피해자들이 엄벌을 원했지만, 법원은 A군을 법정구속하지 않았다.
재판부는 A군이 △범행을 모두 인정하고 반성하는 점 △관음증 등 성적 충동을 제어하지 못해 범행에 이른 것으로 보이는 점 △나이 어린 고등학생인 점 등을 유리한 사정으로 꼽았다.
하지만 판결의 이면에는 충격적인 사실이 숨어 있었다. A군은 이 사건 범행 몇 달 전인 2023년 12월, 이미 동종 범행으로 '교육 이수 조건부 기소유예' 처분을 받은 전력이 있었던 것이다.
'기소유예'란 혐의는 인정되지만 검사가 여러 상황을 고려해 재판에 넘기지 않는 처분이다. 한번 선처를 받았음에도 불과 몇 달 만에 같은 범죄를, 그것도 여러 차례 저지른 셈이다.
결국 법원은 동종 전력이라는 무거운 족쇄에도 불구하고, '나이 어린 학생'이라는 점에 무게를 둬 실형을 면해준 것으로 보인다. 다만, A군은 신상정보 등록 대상자에는 포함되어 성범죄자라는 꼬리표는 피할 수 없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