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가 경찰의 ‘함정 수사’에 이용된 사건에서 법원이 ‘정부는 이주노동자에게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했다. 하지만 정부는 “정당한 정보수집 활동이었다”며 불복했다. 서울중앙지법 민사21단독 구자광 판사는 경찰의 함정 수사 피해를 입은 이주노동자 ㄱ씨가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을 접수한 뒤 사건을 조정 절차에 회부했고, 서울중앙지법 조정위원회는 최근 ‘800만원을 지급하라’고 결정한 것으로 13일 확인됐다. 2주 안에 양쪽이 이의를 신청하지 않으면 이 결정은 ‘재판상 화해’와 같은 효력을 갖지만 양쪽의 불복으로 재판이 이어지게 됐다.
이 사건은 서울은평경찰서 소속 ㄴ경사가 2023년 3월 포천이주노동자센터 모임에 경찰 신분을 숨기고 참여한 뒤 방글라데시 이주노동자 ㄱ씨에게 접근하면서 시작됐다. ㄴ경사는 ㄱ씨에게 자신을 ‘테러리스트 잡는 특수경찰’이라고 소개한 뒤 183만원을 주고 불법 국외송금을 요청했으며, ㄱ씨는 130만8천원을 불법 환전업자에게 송금했다. 함정 수사 방식으로 불법 환치기 업자를 검거하는 과정에서 ㄱ씨를 이용한 것이다. ㄱ씨는 당시 간질성 폐질환 판정에도 산재가 불인정돼 생계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는데, ㄴ경사가 생활비 지급이나 비자 해결 등을 미끼로 불법 송금을 유도했고 그 과정에서 죄책감과 공포를 느꼈다고 했다.
국가인권위원회 진정을 통해서도 인권침해는 인정됐다. 인권위는 지난해 6월 “피해자가 불법 환전업자에게 환전과 송금을 하도록 비용을 주는 등 불법행위를 조장한 것이 인정되고, ㄴ경사가 해당 업자를 검거하기 위해 합법적인 방법을 사용해야 할 업무상 의무를 다하지 않아 인권침해에 이르렀다”고 밝혔다. 다만 이미 ㄴ경사가 서면경고·인사발령 조치를 받아 별도의 구제가 필요하지 않다며 진정은 기각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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