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8/0002755361

윤석열 전 대통령이 재구속된 10일 새벽 서울중앙지법 주변에 모여 있던 지지자들이 침울한 표정을 짓거나, 고개를 떨구고 있다. 최현수 기자“서부지법 사태 당시 그냥 서 있기만 한 사람도 최근 징역형을 구형받았습니다. 오늘 경찰이 날 잡고 우리를 흥분시키고 도발한 뒤 잡아갈 수 있으니, 오늘만큼은 절대 경찰에 달려들어선 안 됩니다!”
10일 새벽 2시 넘어 윤석열 전 대통령 재구속 소식이 전해지자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 주변에 모여 있던 윤 전 대통령 지지자 집회 무대에서 사회자는 이렇게 당부했다. 전날 아침부터 법원 주변에서 집회를 연 이들은 날이 바뀌고 윤 전 대통령 구속영장이 발부됐다는 소식을 듣고 고성을 지르고 욕설을 내뱉었지만, 이런 격앙된 반응은 오래가지 않았다. 대부분 허망한 표정으로 의자에 몸을 기대어 있거나 고개를 떨군 채 눈물만 흘릴 뿐이었다. ‘제2의 서부지법 난입’은 없었다.
분위기가 달라진 배경으로는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된 뒤 지지세가 크게 줄어든 점이 우선 꼽힌다. 전날 서울중앙지법 앞 집회엔 경찰 추산 최대 1천명이 모였지만, 탄핵 반대 집회가 한창일 때 3만명까지 모였던 것과 비교하면 30분의 1 수준이었다. 그나마도 구속영장 발부 시점에는 150여명만이 법원 앞을 지켰다.
12·3 내란사태 뒤 윤 전 대통령 탄핵을 반대하고 비상계엄을 정당화하는 데 앞장서온 보수 유튜버들도 여론의 관심이 줄어들자 최근에는 윤 전 대통령을 언급하는 대신 정부·여당 비판으로 방향을 틀었다. 유튜브 슈퍼챗(라이브 후원) 순위를 보면, 전날 ‘전한길뉴스’가 반짝 5위에 올랐지만 지난달 기준 30위권 안에 든 계정 가운데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해오던 계정은 2곳에 불과했다. 지난 1월만 해도 국내 슈퍼챗 순위 1위는 ‘신의 한수’였고, 30위 안 계정 절반 가까이가 윤 전 대통령을 지지하는 곳들이었다.
경찰과 집회 참여자에게 서부지법 난입 사태의 ‘학습효과’가 강하게 작용했다. 윤 전 대통령 1차 구속영장이 발부됐던 지난 1월19일 새벽 폭도들의 난동을 제압하지 못했던 경찰은 이번엔 서울중앙지법 앞에 기동대 45개 부대(약 2700명)를 투입하고, 모든 집회 참여자가 현장을 떠날 때까지 경비 태세를 늦추지 않았다. 경찰이 철통 경비에 나서자 집회 참여자들도 서로를 단속하는 분위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