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요신문] 국내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플랫폼 왓챠의 존속 가능성에 빨간불이 들어왔다. 만성 적자에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진 왓챠는 CB(전환사채·주식으로 바꿀 수 있는 회사채)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심각한 경영난에 시달리고 있다. 자본 투입을 늘리기 어려운 왓챠는 제작비가 적게 드는 숏폼(짧은 영상) 드라마에 주력한다는 방침이다.
#시장점유율 1%대에 그친 왓챠
국내 OTT 시장에서 넷플릭스의 독주 체제가 견고한 가운데, 왓챠는 토종 OTT 간 경쟁에서도 밀리는 모습이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이용자 수 기준 지난해 OTT 시장점유율은 1위 넷플릭스(33.9%)에 이어 △티빙(21.1%) △쿠팡플레이(20.1%) △웨이브(12.4%) △디즈니플러스(7.7%) △유플러스(3.2%) △왓챠(1.6%) 순이다. 이용 시간 기준 왓챠의 시장 점유율은 1.0%로 나타났다.
만년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왓챠는 매각설에 휩싸인 바 있다. 2022년 SK텔레콤, 쿠팡, 카카오 등 여러 기업이 인수 후보자로 거론됐다. 왓챠는 LG유플러스와 2022년 여름부터 1년 가까이 인수합병 논의를 했지만, 결과적으로 성사되지 못했다.
왓챠는 인력 구조조정, 자회사 매각 등 군살빼기에 돌입했다. 왓챠의 직원 수는 구조조정 직전인 2022년 8월 260여 명에서 현재 100여 명 수준으로 유지되고 있다. ‘이태원 클라쓰’ 등 인기 드라마의 OST를 제작한 음원 제작 및 유통업체 자회사 블렌딩의 지분과 서울 마포구의 왓챠홀 등 음악 공연장을 매각해 현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왓챠는 비용 효율화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했다. 왓챠가 공개한 연결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341억 원으로 전년(438억 원) 대비 22% 줄었다. 지난해 영업이익은 마이너스(-) 20억 원으로 전년(-221억 원) 대비 약 90% 적자를 줄였다. 지난해 당기순이익도 -84억 원으로 전년(-198억 원)보다 적자폭을 줄였다.
그러나 왓챠는 감사보고서를 공시하기 시작한 2020년부터 현재까지 완전자본잠식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기준 유동부채(1년 내 갚아야 하는 부채)는 972억 원이지만, 유동자산은 64억 원에 불과하다. 이에 왓챠의 외부감사인인 신한회계법인은 계속기업으로서 존속할지 여부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감사의견 거절을 통보했다.
왓챠는 2021년 두나무, 인라이트벤처스 등 주요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490억 원 규모의 CB를 발행했다. 해당 CB는 2024년 11월 만기가 도래했지만, 원리금이 상환되지 않았고 연장계약마저도 체결되지 않는 상황이다. 왓챠 관계자는 “기존 투자자들과 CB와 관련해 상시적으로 협의하고 있다”며 “신규 투자 유치도 병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총 제작비 1억 ‘숏드라마’에 승부
왓챠는 해외 유명 콘텐츠를 국내에 독점 유통하며 구독자들을 끌어 모았지만, 현재는 경쟁 OTT 플랫폼들에 밀려 우위에서 밀려났다는 평이다. OTT 업계 한 관계자는 “초창기에는 왓챠가 자체 제작한 오리지널 콘텐츠가 없었지만, 독점으로 제공하는 콘텐츠가 많았기 때문에 이용자가 많았다”며 “현재는 왓챠에서 제공하는 콘텐츠가 타 OTT 플랫폼에도 똑같이 제공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차별화된 모습이 없어 이용자들이 줄어든 모양새”라고 밝혔다.
왓챠는 HBO 인기 드라마 ‘왕좌의 게임’ ‘웨스트월드’ ‘밴드 오브 브라더스’ 등을 스트리밍 제공했지만, 2021년 12월을 끝으로 서비스가 종료됐다. 이후에는 웨이브가 2023년 전후까지 HBO 콘텐츠를 독점 공개했고, 올해 3월부터는 쿠팡플레이가 HBO와 독점 계약을 맺었다.
왓챠는 드라마 ‘좋좋소’ 시리즈, 다큐멘터리 ‘한화이글스: 클럽하우스’ 등 2022년 10여 편 이상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선보였다. 그러나 2023년 이후에는 다큐멘터리 ‘우리가 춤추는 시간’과 ‘다음 빈칸을 채우시오’, 드라마 ‘미나씨, 또 프사 바뀌었네요?’ 등 매해 1~2편 제작에 그쳤다.
왓챠가 자금난으로 인해 공격적인 투자를 펼치지 못한 가운데, 경쟁 토종 OTT는 외형 성장을 통해 1위 자리를 다투고 있다. 스포츠 마케팅을 강화하고 있는 쿠팡플레이는 올 시즌부터 영국 프리미어 리그(EPL), 미국프로농구(NBA) 독점 중계권까지 얻어내면서 구독자를 모으고 있다. KBO 한국프로야구 모바일 독점 중계권을 얻어내면서 가입자 수를 늘렸던 티빙은 웨이브와 합병 수순을 밟고 있다.
OTT 업계 다른 관계자는 “과거에 비해서 제작비가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왓챠를 비롯한 토종 OTT가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나 제작에 어려움을 겪는 실정”이라며 “스포츠 중계권 등 독점 콘텐츠를 얻으려면 많은 자금이 필요한데, 자금난에 시달리고 있는 왓챠 입장에서는 경쟁력이 더욱 뒤처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형 확장에 한계가 있는 왓챠는 최근 숏폼 플랫폼에 주력하고 있다. 왓챠는 2024년 9월 출시된 숏폼 드라마 스트리밍 플랫폼 ‘숏차’를 통해, 회당 1분 내외 분량의 숏드라마를 제공하고 있다. 숏드라마의 총 제작비는 50부작 기준 1억~2억 원 안팎인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일반 미니시리즈 한 회 제작비와 비슷한 수준이다.
앞서의 왓챠 관계자는 “비용 절감과 효율화, 마케팅 전략 조정 등으로 적자폭을 줄여나가고 있다”며 “일반적인 형태의 자체 제작 시리즈물이나 영화 대신 숏드라마 플랫폼 숏차 내에서 효율적인 콘텐츠를 자체 제작해 나가고 있다”고 밝혔다.
https://m.ilyo.co.kr/?ac=article_view&entry_id=49449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