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택공급과 주거복지에 사용되어야 하는 주택도시기금이 무리한 집값 떠받치기에 사용되면서 파산 위기에 처했다.
청약통장 가입, 국민주택채권 발행 등으로 기금에 들어오는 돈은 줄어드는데 수요자 대출에 나가는 돈은 대폭 증가하면서 정부의 사업성 기금 중 가장 큰 규모인 주택기금이 흔들리고 있다.
22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주택도시기금의 여유자금 잔액은 2025년 3월 기준 7조9천억원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 말 10조1천억원에서 더 악화했다.
7조원대의 잔액은 2010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2021년 말 49조원에서 41조원 이상이 사라졌다.
국토교통부 관계자는 최근 한 정책 토론회에 참석해 "기금의 가장 큰 문제는 돈이 없다는 것"이라며 "이는 최근 3년간 수요자 대출이라는 구입·전세자금에 대한 지원이 상상 이상으로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그는 "여유자금이 정점을 찍었던 2022년에는 50조원까지 갔었지만, 지금은 7조원대로 떨어진 상황"이라며 "7조원이 많아 보이지만, 한 달에 나가는 수요자 대출이 5조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조금만 잘못하면 기금이 파산 날 수 있는 그런 상황이다"라며 "이 때문에 지난해부터 (국토부에서도) 구입·전세대출을 줄이는 조치를 계속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 수요자대출 증가로 '기금 부담'도 커져
수요자 대출은 디딤돌대출 및 버팀목 대출 등 구입 대출과 전세대출로 나가는 정책대출을 말한다. 기금을 통한 수요자 대출은 기금의 직접 지원과 은행 재원을 통해 나가는 자금으로 나뉜다.
매달 집행되는 5조원은 은행 대출이 상당 부분을 차지하며 일부는 기금 재원이 투입된다.
2023년과 2024년에 수요자 대출이 각각 47조원, 55조원가량이 공급되는 동안 기금은 각각 11조3천124억원, 8조7천550억원이 지원됐다.
2년간 연평균 10조337억원이 기금을 통해 지원됐다.
수요자 대출이 연평균 10조~15조원가량이 정상 수준이라면 2023년과 2024년에 시중에 풀린 연 50조가량의 수요자 대출로 기금의 부담도 커졌을 것으로 예상됐다.
◇ 나가는 돈 '더 많아'…유동성 지표 악화
국토교통부 '주택도시기금 결산보고(지표누리)' 자료에 따르면 전년이월자금을 뺀 주택도시기금 총 조성액은 2024년 65조6천846억원에 달했다. 또한 지급준비자금을 뺀 총 운용액은 74조7천198억원으로 조성보다 운용 규모가 9조원가량 더 컸다.
국토부 관계자도 지난해 "순 조성 규모는 60조원대였으나 지출액이 70조원을 넘어서면서 10조원씩 마이너스가 나 지난해 말 여유자금이 10조원대로 줄어들었다"고 설명했다.
여유자금은 국민주택채권 상환, 청약저축 해지 등에 대비한 대기성 자금으로, 일정 수준 이하로 줄 경우 기금 운용에 제약이 발생할 수 있다.
기금의 유동성 지표도 악화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실이 입수한 HUG의 '기금 재무 건전성 용역 결과' 보고서에 따르면 현금유입 대비 유출 비율을 나타내는 유동성갭 비율은 지난해 6월 말 기준 104%로 '주의' 단계다. 100% 이하로 하락하면 '경보' 단계에 진입해 추가 조치가 요구된다.
더불어민주당 문진석 의원은 "40조 원에 육박했던 주택도시기금이 윤석열 정부를 거치며 7조 원대로 쪼그라들었는데, 왜 이렇게 됐는지 정밀한 조사가 필요해 보인다"고 지적하며,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주택공급 확대를 위해서는 주택도시기금 활용이 뒷받침돼야 하는 만큼, 기금 정상화를 위한 방안을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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