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기사/뉴스 “학폭은 변호사들에게 ‘노다지’”…화해로 끝날 일을 키우는 학부모들
10,244 39
2025.07.07 08:57
10,244 39

10평 남짓한 회의실은 마치 법원의 조정실 같았다. ㄷ자 모양의 탁자 위에는 ‘위원’이라 적힌 명패, 마이크가 여러 대 놓여 있었다. 눈에 띄는 점이라면 ‘의견진술석’ 탁자 한쪽에 놓인 네모난 갑티슈였다.

“특히 초등학생들은 이 공간에 들어오면 너무 무서워해요. 딱딱한 분위기에서 어른들이 자기만 쳐다보고 있으니까 겁을 먹죠. 눈물 콧물 흘리며 우는 아이들이 많아 휴지 한 갑이 금방 떨어집니다.”

지난달 23일 경기 고양미래인재교육센터에서 만난 고재현 경기도시흥교육지원청 장학사가 말했다. 그는 2023년부터 2년간 경기도고양교육지원청 학교폭력제로센터에서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며 이 공간을 거쳐 간 수많은 학생과 학부모들을 봤다.

이곳은 고양에서 일어난 학교폭력 사건을 심의하는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심의위)가 열리는 심의실이다. 지난해에만 550건이 이곳에서 다뤄졌다.

올해는 심의위 제도가 도입된 지 5년이 되는 해다. 각 학교에서 운영하던 ‘학폭위’(학교폭력대책자치위원회) 기능은 2020년 3월부터 각 시·도 교육청 산하 교육지원청에 설치된 심의위로 이관됐다. 교사들의 부담을 덜고,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심의위가 설치되고 초·중·고 학교폭력 심의 건수도 2020년 8357건에서 2023년 2만3579건으로 급증했다. 사소한 괴롭힘도 폭력이라는 인식이 확대되며 학교폭력에 대한 민감도가 높아진 까닭이다.

그러나 최근 현장에서는 “모든 학내 갈등이 과도하게 학교폭력 사건으로 간주되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최근 3년간의 심의위 심의 결과가 이를 증명한다. 심의 결과 ‘조치 없음’(학교 폭력이 아니라고 판단) 결정을 받은 사건은 2021년 10.7%에서 2023년 16%로 늘어났다. 반면 전체 조치 건수 중 출석 정지 이상(6∼9호)의 중대 조치 비중은 2021년 11.4%에서 2023년 9.3%로 줄었다.


고재현 장학사와 함께 고양교육지원청에서 학교폭력을 담당했던 김익환 경기도교육청 장학사는 이런 경향을 보여줄 사례로 초등학생 간 있었던 ‘세탁비 사건’을 떠올렸다. 사건의 개요는 이렇다. 미술 시간 친구의 실수로 옷에 물감이 묻은 아이가 세탁소 영수증을 내밀며 1만9천원을 요구했다. 물감을 튀긴 아이의 학부모는 세탁비가 너무 비싸다며 의문을 품었다. 학부모는 영수증을 발급한 세탁소에 비용을 문의했고, 비용을 요구한 아이가 영수증에 적힌 1만원을 1만9천원으로 고쳐 적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아이는 처음 입은 새 옷에 물감이 묻어 돈을 더 받고 싶은 마음에 그랬다고 시인했다. 사과와 화해로 끝날 일이었다. 그러나 이후 양쪽 부모 간 언성이 오갔고, 이 사안은 ‘사문서위조’라는 명목을 달고 심의위에 접수됐다. 당연히 심의 결과는 ‘조치 없음’이었다.

“심의위 위원들에게 지급하는 수당과 시설 운영비 등을 고려하면 사건 심의 한건에 150∼200만원의 예산이 듭니다. 물론 잘못된 행동이었지만, 사과와 화해로 해결할 순 없었나 아쉬웠죠.” 김익환 장학사가 말했다. 이 밖에도 지난해 고양교육지원청에는 친구가 째려본 것 같아서, 지나가면서 어깨를 치고 가서 등 다양한 이유로 학교폭력 사안이 접수됐다. 초등학교 1학년 자녀가 마음에 들지 않는 학교에 배정돼, 전학을 위해 무리하게 학교폭력 사안을 접수한 학부모도 있었다.

특히 초등학교 저학년에서 학교폭력으로 신고되는 사안들은 난감한 경우가 많다. “초등 1·2학년 아이들의 경우 사안이 발생하고 심의위에 오게 되는 두 달 동안 무슨 일이 있는지도 까먹고 이미 서로 화해해서 친하게 지내는 경우가 매우 많아요. ‘나는 친구와 잘 지내고 싶었는데, 우리 엄마가 신고하라 해서 어쩔 수 없이 했다’고 말한 초등학생도 있었고요.” 최건희 고양교육지원청 학교폭력 담당 변호사가 말했다. 2023년 기준 심의위에서 심의된 초등 1·2학년 사안 중 25%에 학교폭력이 아니라는 결정이 내려졌다.


...


https://n.news.naver.com/article/028/0002754625?cds=news_media_pc

목록 스크랩 (0)
댓글 39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영화이벤트] 디즈니·픽사 신작 <호퍼스> '호핑 기술 임상 시험' 시사회 초대 이벤트 167 02.12 18,70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692,624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579,119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693,458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884,796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50,741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2 21.08.23 8,490,938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8 20.09.29 7,411,024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7 20.05.17 8,619,975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6 20.04.30 8,500,78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367,681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91808 기사/뉴스 [속보]스노보드 이채운, 남자 하프파이프 최종 6위[2026 동계올림픽] 10 05:04 494
2991807 이슈 러브라이브 별명 중 하나가 성우차력쇼인 이유.gif 4 04:58 177
2991806 이슈 햇빛에 구워지는 인절미 🥹 2 04:57 332
2991805 이슈 가온이 인스타 게시물 개따뜻해... 금메달 코치님한테도 걸어드림 아가슴에국밥쏟앗어 4 04:55 732
2991804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51편 2 04:44 97
2991803 이슈 체조선수 코치들이 정말 대단한 이유 10 03:44 2,162
2991802 이슈 방탄 정국 실물로 처음 봤다는 포토그래퍼가 열심히 찍은 결과물 5 03:34 2,276
2991801 이슈 그루비룸이 고등래퍼를 싫어하는 이유 9 03:12 2,606
2991800 이슈 짜파게티.gif 9 03:08 1,760
2991799 이슈 신경쓰이는 재질의 아기치타 9 03:00 1,706
2991798 이슈 WOODZ(우즈) 인스타 업로드 2 02:59 1,216
2991797 이슈 호주 버스 444를 주의하세요 10 02:58 2,674
2991796 정치 정리왕 명민준-정청래와 김어준이 어디로 가는지 바보가 아닌 이상 보인다 20 02:58 1,076
2991795 유머 숏츠보면 한 번씩 들어본 노래인데 가사는 완전 시적인 노래 1 02:56 926
2991794 이슈 투명 유리 테이블의 위험성 32 02:35 3,538
2991793 이슈 서울여대 교수님의 미디어 발전 역사 ASMR | 파피루스 📜 부터 전자드럼 🥁 까지 | 키보드 | 피처폰 | 메타퀘스트 1 02:27 367
2991792 이슈 조금 큰 골골송 듣기 8 02:23 1,068
2991791 이슈 배우 이미숙 근황 33 02:22 6,527
2991790 정보 서울, 전 세계 공기질 최악 1위 달성 48 02:19 3,590
2991789 이슈 고양이과가 왜 고양이과인지 이해가 단박에 되는 영상 11 02:10 2,59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