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번 검찰 인사의 핵심은 임은정·김태훈·최지훈 신임 검사장 3인>
이번 검찰 인사 대상은 이미 공석이 돼있거나 새로 공석이 된 검사장급 9명입니다. 그 중 새로 검사장으로 승진한 사람이 임은정 동부지검장, 김태훈 남부지검장, 최지석 법무부 기조실장 등 3명이고, 나머지는 검사장급들 사이의 수평 혹은 승진 이동입니다.
다들 신임 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 인사에 분개하시는데 저는 새로 승진된 검사장들이 이번 인사의 핵심이고, 중앙지검장과 검찰국장이 요직이긴 하지만 기존 검사장들 중 가장 무난한 인사를 박아넣은 정도로 생각합니다.
동부/남부지검장/법무부 기조실장 모두 신임 검사장들이 임명됐는데, 이 자체가 파격적입니다. 이 자리는 모두 요직 중의 요직으로 지금까지 기존 검사장 중에서 임명돼왔습니다. 새로 승진한 검사장이 이 자리에 임명된 것이 아마 이번이 처음일 겁니다.
저는 이게 이번 인사의 핵심이라고 생각합니다. 법무부 기조실장은 잘 모르겠고, 자진 사퇴한 동부지검장과 남부지검장은 미리 언질을 받아서 사표를 냈다고 하는데, 이들을 내보내기도 하고 신임 검사장들을 앉히기 위한 두 가지 목적이 다 있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인사는 이재명 정부의 첫번째 검찰 고위직 인사로 나름 중요한 의미를 가지긴 합니다. 그런데 이에 대해 분개하시는 분들은 어떤 인사를 기대하셨을까요? 기억하기도 싫은 문재인 정부의 첫 검찰 인사, 윤석열을 중앙지검장으로 임명해 기자들의 탄성을 자아냈던 그런 식의 수퍼스타를 앞세우는 깜짝 인사를 기대했을까요?
검찰개혁의 대의를 지지하는 검사들이 주요 포스트를 차지하고 검찰 스스로 능동적으로 개혁을 준비하고 추진해나갈 수 있게 하는 그런 인사를 기대하셨을까요? 제가 알기로 지금 검찰에 그런 검사는 없습니다. 특히 이번 인사의 대상이 된 검사장급에는요.
이번 인사를 비판하시는 분들은 아마도 윤석열과는 거리가 먼 검사들, 즉 '윤석열 안 묻은 검사들'이 이번 인사의 대상이 되었어야 한다고 생각하시겠지만, 기존 검사장 중에 윤석열 안 묻은 검사는 없습니다. 그런 검사가 지금 시점에 검사장이 돼있는 것 자체가 불가능합니다.
신임 중앙지검장이 뭘 했네, 검찰국장이 무슨 사건을 했네 하지만, 깊이 들어가보면 그냥 자리 지키고 있는 검사장들은 '윤석열 묻은 정도'가 더 하면 더 했지 덜 한 사람 없을 겁니다. 아니면 공석이 된 9개 요직을 임은정 김태훈처럼 다들 신임 검사장으로 채울 수도 있었겠지만, 그럴 만한 대상을 찾는 것도 쉽지 않았을 것이고, 또 그럴 정도로 과감하게 했어야 할 인사는 아니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그리고 저는 솔직히 길어봐야 1년 안짝에 날아갈 조직의 인사에 왜들 이렇게 민감하시나 싶은 생각이 듭니다. 윤석열 묻은 검사들이 또 똘똘 뭉쳐서 반란 일으킬까봐 무서우신가요? 앞으로 그에 대한 방비와 진압이 계속 이어질 것이고, 이번 인사도 그 예방 진압의 일환이라고 봅니다.
너무 화내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은데, 그래봐야 화 안 내실 것도 아니고, 앞으로 결코 그냥 매끈하게 진행되지는 않을 검찰개혁의 도정에 뭔 일 있을 때마다 이렇게 앙앙불락 화를 내시면 어떡하나 걱정이 좀 앞섭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