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작은 미약했다. 귀신잡는 걸그룹. 소니(픽쳐스)와 넷플(릭스)의 무리수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창대했다. 공개 하루만에 미국, 영국, 호주 등 22개국에서 1위를 차지했다. 3일째 31개국, 4일째 41개국 정상에 올랐다.
케이팝 데몬 헌터스. 눈으로 (애니) 영화를 보고, 귀로 음악을 들으며, 악령 잡는 걸그룹과 악령 들린 보이그룹의 대결을 N차 즐기고 있다.
“누구의 아이디어일까?”, 왜 K팝 걸그룹일까?”, “안효섭은 어떻게 캐스팅됐을까?“, “트와이스는 어떤 가사를 제일 좋아할까?”
'케데헌'에 대한 사소한 궁금증을 풀었다. (해당 기사에는 스포일러를 담고 있습니다.)

1. '케데헌'은 저예산 영화였다.
'케데헌'은 소규모 프로젝트로 기획됐다. 메기 강 감독은 독립 애니메이션 수준으로 제작할 예정이었다. 초안을 살펴보면, 스토리도 비극적이었다. 주인공들도 훨씬 어둡고, 거칠었다.
그러다 프로젝트가 전환점을 맞았다. 소니픽처스가 제작을 맡고, 넷플릭스가 투자를 결정했다. '케데헌'은 단숨에 세계 시장을 겨냥한 상업 애니메이션으로 확장됐다.
캐릭터 역시 변화가 필요했다. 초안에서 루미는 가족의 문제아로 등장한다. 제작 규모가 커지자, 루미의 어두운 결을 일부 순화시켰다. 폭넓은 팬층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2. K팝은 메인 소재가 아니었다.
'케데헌'은 한국의 오컬트, K팝, 액션을 결합한 최초의 애니메이션이다. K팝 아이돌로 위장한 퇴마사들이 한국의 고대 악령과 맞서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사실 K팝은 가장 마지막에 더해진 요소였다. 강 감독은 "처음부터 K팝 영화를 만들려고 한 건 아니다"며 "한국의 악마 신화와 설화를 탐구하는 이야기가 목표였다"고 설명했다.
강 감독은 K팝을 위장 수단으로 활용했다. 그는 "헌터들이 대부분 숨어서 하는 일이다 보니 정체를 숨기기 위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이 때 K팝이 떠올랐다"고 말했다.

3. 루미는 솔로 가수가 될 뻔했다.
초기 기획에서 루미는 솔로 가수로 등장하는 캐릭터였다. 소니픽처스 측은 강 감독에게 "단독 캐릭터로 관객의 몰입을 끌어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을 드러냈다.
강 감독 역시 소니픽처스의 의견에 동의했다. 새 캐릭터 미라와 조이를 더해 팀 구조를 재정립했다. 그렇게 악령 잡는 걸그룹 '헌트릭스'가 완성됐다.
결과적으로 팀 서사가 더 풍부해졌다. 루미는 솔로 가수에서 그룹 리더로 진화했다. 미라와 조이가 합류해 함께 성장하고 서로를 지키는 스토리가 됐다.

4. 트와이스, 가장 완벽한 파트너
'케데헌' 측은 영화 OST 가창자로 트와이스를 우선 순위에 올렸다. 당시 트와이스는 '스트래태지' 앨범을 준비하고 있었다. 제작사의 제안에 바쁜 활동 중에도 흔쾌히 수락했다.
JYP 측은 극중 캐릭터의 에너지가 비슷한 멤버를 선택했다. 바로 지효, 정연, 채영이었다. 세 사람은 '케데헌' 측이 제안한 노래 중 '테이크 다운'을 선택했다.
녹음은 JYP 사옥에서 진행됐다. 진우 보컬을 맡은 앤드류 최가 디렉을 맡았다. 멤버들이 가장 좋아한 가사는 "정신을 놓고 널 짓밟고 칼을 새겨놔"다. 영어와 한글 조합을 재미있어 했다.

5. 안효섭이 곧 진우다.
'케데헌' 측은 '진우' 캐스팅에 상당한 공을 들였다. 강 감독은 우연히 드라마 '사내맞선'을 보던 중 안효섭의 영어 연기를 보게 됐다. 완벽하게 영어를 소화하는 모습을 보고, 단번에 주인공으로 점찍었다.
안효섭이 곧 진우였다. 녹음 당시 카메라로 안효섭의 얼굴과 표정, 움직임을 참고해 진우 캐릭터를 만들었다. 이 과정을 통해 아이돌 비주얼을 더 생생하게 담을 수 있었다.
안효섭에 대한 애정은 영화 곳곳에서 포착할 수 있다. 진우와 루미가 처음 마주하는 장면에서 오마주가 등장한다. 난데없이 K 드라마 클리셰가 펼쳐졌다. '사내맞선' OST '사랑인가봐'가 나왔다.
(후략)
https://m.entertain.naver.com/home/article/433/0000118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