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는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기후변화 대응 정책을 추진하는 국가 중 하나다. 특히 2022년부터 탄소 배출을 억제하기 위해 2시간 반 이하 거리의 국내선 항공편을 법으로 금지하며, 기차 등 대체 교통수단을 이용하도록 유도하고 있다. 이 같은 정책은 유럽 전역에서 주목을 받으며, 프랑스가 기후위기 대응의 ‘선진국 모델’을 제시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물론 동 정책 또한 가장 항공편이 많은 파리 구간은 파리 내 다른 공항으로 우회해서 이용할 수 있는 편법이 가능하다는 비판도 있었다.
그럼에도 프랑스 정부는 이처럼 친환경 교통수단으로써 철도의 공익적 가치를 강조하고 있다. 기차는 항공기에 비해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훨씬 적으며, 프랑스 국내 교통의 중심축으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서민들이 체감하는 현실은 이와 크게 다르다.
“기차표가 너무 비싸다”…대중교통 공공성에 대한 회의
이 글을 작성하는 기자도 최근 거주하고 있는 프랑스에서 기차를 사용하여 이동해야 할 상황이 발생했다. 같은 지역 내 기차는 어느 정도 합리적인 기차표 가격을 제시하고 있지만, 지역과 지역을 연결하는 장거리 편은 사정이 녹록지 않다. 일단 기차 편이 많지 않고, 가격은 웬만한 비행기표 가격에 준한다. 이번 여행에서 왕복 기차표로 400유로가 지출되었다. 약 63만 원이다. 거기에 악명 높은 프랑스 국영철도의 지연 수준은 여지없이 1시간을 넘겼다.
이러한 불편함은 비단 프랑스를 여행하거나 거주하는 외국인만 느끼는 것이 아닌가 보다.
최근 프랑스 공영 방송의 대표 방송인인 나귀(Nagui)가 RMC 라디오 인터뷰에서 “파리-마르세유 항공권은 40유로, 같은 구간 기차표는 150유로”라며 문제를 공개적으로 비판해 큰 반향을 일으켰다.
그는 “40유로밖에 없는 서민들에게 네 배 가까운 기차표를 사라고 어떻게 말할 수 있나”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 발언에 대해 좌파 정당 ‘굴복하지 않는 프랑스(La France insoumise, LFI)’의 토마 포르(Thomas Portes) 의원도 힘을 보탰다.
과거 철도 근무 경력이 있는 그는 “일부 계층에게 기차는 사실상 접근 불가능한 교통수단이 됐다”며 “기차 이용을 촉진하려면 국가적 정책 전환이 필요하다”라고 주장했다. 실제로 프랑스 농촌 가정 단체인 ‘가족농촌협회(Familles Rurales)’도 최근 총리에게 기차요금 현실화를 요구하는 서한을 보내며, 기차 대신 비행기나 자동차가 더 저렴한 기현상을 지적했다.
프랑스 기차표 값이 비싼 이유는?
프랑스 기차표 가격은 2022년 1월부터 2023년 1월까지 7.5% 상승해, 같은 기간 물가상승률을 넘어섰다.
당시 이에 대해 SNCF(프랑스 국영철도공사)의 대표 장-피에르 파랑두(Jean-Pierre Farandou)는 “TGV(고속열차)는 국가보조금을 받지 않기 때문에 스스로 수익을 내야 한다”라고 해명한 바 있다.
하지만 토마 포르 의원은 “SNCF는 매년 상당한 이익을 내고 있다”며 “문제는 철도 운송을 공공 서비스가 아닌 수익사업으로 접근하는 데 있다”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항공업계의 세제 혜택을 지적했다. 비행기는 항공유에 대해 세금이 면제되고, 항공권에도 부가가치세가 붙지 않기 때문에 기차에 비해 ‘불공정 경쟁’ 상황이 고착화된다는 것이다.
포르 의원은 “철도는 가장 생태적이고 사회적 편익이 큰 교통수단인데, 오히려 불공정한 세제 구조로 인해 비싸게 유지되고 있다”며 “국가 차원의 가격정책이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프랑스는 기후위기 대응을 위해 과감히 국내선 항공편을 규제하며 기차를 대안으로 내세웠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기차표 값이 지나치게 비싸, 저소득층은 여전히 비행기나 자동차를 선택할 수밖에 없는 모순이 드러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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