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즌3에서 가장 어려웠던 순간을 묻자 임시완은 주저 없이 '준희를 의심하는 장면'을 꼽았다. 명기의 대사에 대한 괴리감은 컸지만, 그는 오히려 그 낯섦이 명기의 복합적인 내면을 설명하는 핵심이라고 봤다.
"그 장면은 사실 제 안에서 완벽하게 이해되지 않았어요. 준희를 의심해야 한다는 설정이 명기에게 자연스러운 감정일까 싶었거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화해야 하니까 그걸 어떤 식으로 연기할지 정말 많이 고민했어요. 준희를 지켜준 현주(박성훈)를 죽였을 때 명기도 스스로 그 선택이 옳지 않다는 걸 알았을 거예요. 하지만 스스로를 정당화할 이유가 필요했던 거죠. 그래서 준희를 몰아붙인 거고, 일종의 자기 면죄부였다고 생각해요."
임시완은 연기자로서 자신의 강점으로 성실함을 꼽았다. 명기는 그에게 불확실성과 감정적 충돌을 끊임없이 일으켰고, 그는 그것에 맞서기 위해 성실하게 황동혁 감독의 숙소 문을 두드렸다. 장면 하나하나에 대한 확신을 얻기 위해 리딩을 요청하고, 감정선을 정리하는 과정을 반복한 그의 태도는 '오징어 게임'의 강렬한 장면들을 완성했다.
"연기자로서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고 한다면 성실함 같아요. 뭔가 답이 나올 때까지 계속해서 탐구하고 될 때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성향이거든요. 그게 연기할 때도 그대로 드러나요. 사실 명기는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해보고, 고민도 많이 하고도 확신을 못 가졌던 캐릭터였어요. 그래서 감독님 숙소에 가서 다음날 촬영에 대해 같이 리딩해달라고 부탁한 적이 많아요. 감독님이 나중에 그러시더라고요. 제가 가장 숙소에 많이 들락거린 배우라고요(웃음)."
임시완은 자신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가치로 도전을 꼽았다. 명기라는 낯선 영역의 인물을 연기한 것처럼 해본 적 없는 인물일수록 더 큰 끌림을 느낀다는 것이다. 그에게 연기란 이미 익숙한 무언가를 반복하는 일이 아니라 매번 새로운 낭떠러지 앞에 서보는 과정에 가깝다. 도전이 있을 때 비로소 자기효능감이 작동하고 그것이 곧 그를 앞으로 나아가게 하는 힘이라고 했다.
"저는 자기효능감이 작용하는 사람 같아요. 쉽게 도전하기 힘든 것들, 그런 영역을 건드렸을 때 그리고 그것을 성공했을 때 얻는 성취감이 삶의 큰 원동력이 돼요. 그래서 도전이 제 삶의 큰 가치관이에요."
도전을 즐기는 임시완은 9월에 공개되는 차기작 넷플릭스 영화 '사마귀'에서 다시 도전에 나선다. 그는 "생각해 보니 액션 위주로 찍은 작품이 '사마귀'가 처음이더라. 열린 마음으로 봐주셨으면 좋겠다"고 많은 관심을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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