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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검 "업무보고 때 대통령 공약까지 포함하는 줄 몰랐다"
국정위 '검찰 보고' 막전막후..."'친윤' 검사가 보고하러 와"
국정기획위원회가 대검찰청 업무 보고를 무기한 연기한 배경에는 '검찰의 거짓말'이 있었던 것으로 2일 확인됐습니다.
국정위는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 청사진을 그리기 위해 출범했습니다. 각 기관의 업무보고도 이재명정부의 공약을 어떻게 구현할 것인지에 포커스를 맞추고 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대통령 공약까지 (업무보고에) 포함하는 줄 몰랐다"면서 수사권·기소권 분리 공약을 제외하고, 검찰개혁과 상관이 없는 공약만 취사선택해 보고한 겁니다.
국정위에 업무보고를 하는 검사들도 문제가 됐습니다. 이들은 검찰 내 대표적 '친윤'(친윤석열) 검사로 분류됩니다.
결국 국정위는 6월20일 검찰의 1차 보고를 중단했고, 닷새 뒤인 25일 2차 보고도 미뤘습니다. 이후 2일 심우정 검찰총장이 사의를 밝히면서 검찰의 업무보고는 무기한 연기된 상태입니다.
검찰, 검찰개혁 공약 생략…퇴짜맞자 "몰랐다" 거짓 해명
2일 <뉴스토마토> 취재를 종합하면, 국정위는 지난달 20일 정부서울청사 창성동 별관에서 검찰이 업무보고를 받기로 했다가 30여분 만에 중단, 보고를 반려했습니다. 검찰이 제출한 보고서엔 이재명 대통령 공약이자 새 정부 중점 과제인 검찰개혁에 관한 내용이 완전히 빠져 있었던 겁니다.
이에 당시 검찰로부터 보고를 받던 이한주 국정기획위원장은 불과 30분 만에 보고를 끊고, 내부 회의를 진행한 끝에 검찰에 보고 내용의 문제를 지적했습니다. 그러자 보고자였던 전무곤 대검찰청 기획조정부장은 "대통령 공약 사항까지 (업무보고에) 포함시키라는 이야기를 못 들었다"고 말한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그런데 복수 관계자에 따르면, 이날 검찰의 이야기는 거짓말이었던 확인됐습니다. 검찰개혁 과제는 '공약인 줄 몰랐다'면서 쏙 빼놓고선 이 대통령이 대선 과정에서 발표했던 '취향저격 9대 공약' 중 암표방지 대책 등에 관한 내용은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는 겁니다.
국정위는 결국 20일 업무보고를 중단하고, 닷새 뒤인 25일 대통령의 검찰개혁 공약을 포함한 보고를 추가로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검찰은 2차 보고에서도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리하는 검찰개혁 방향이 아닌 '수사·기소권 분리에 따라 예상되는 폐해'만 강조했다고 합니다.
국정위 내부 상황을 잘 아는 관계자는 "검찰은 2차 보고 때 이 대통령 검찰개혁 공약을 정리한 책자로 만들지 못해서 못 가져왔다고 했다"면서 "이후 프린트한 문건을 주겠다고 해서 받았는데, 거기엔 검찰개혁 공약은 없고 수사·기소권 분리에 따른 폐해만 적혀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검찰 보고자는 전무곤·호승진 검사…'친윤'으로 분류
국정위에 검찰 업무를 보고한 검사들의 면면도 주목됩니다. 지난달 20일 보고자는 전무곤 대검 기획조정부장, 호승진 서울중앙지검 부부장검사 등입니다. 두 사람은 검찰에서 친윤으로 꼽히며, 검찰개혁에 회의적인 성향으로 분류되기 때문입니다.
전무곤 부장은 윤석열 검찰총장 시기인 2020년 9월 대검 정책기획과장으로서 윤씨를 보좌한 바 있습니다. 대검 정책기획과장은 검찰 내 인사·기획 업무를 총괄하는 자리입니다.
또 전 부장은 2020년 11월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판사 사찰 의혹 등을 이유로 윤 총장을 직무에서 배제하고 징계를 청구하자 대검 중간간부들과 함께 반대 성명을 내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도 했습니다. 특히 전 부장은 법무부가 윤석열씨 감찰을 위해 감찰관실 검사들을 대검으로 보내자 감찰을 막아서기도 했습니다.
이후 전 부장은 윤씨가 20대 대통령에 당선된 이후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 꾸리자 합류, 전문위원으로 활동하기도 했습니다.
호승진 부부장검사는 2016년 박근혜 국정농단 사태를 수사한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특검에서 활동하면서 윤씨와 인연을 맺었습니다. 윤석열씨는 특검 수사팀장이었습니다.
아울러 호 부부장검사는 지난 2022년 이재명 대통령을 겨냥한 불법 정치자금 의혹을 수사하면서 민주당 중앙당사를 압수수색한 바 있습니다.
심우정 총장, 9개월 만에 사의…검찰 보고 '또 연기'
이에 국정위에선 검찰이 업무보고자에 친윤으로 분류되는 검사들을 전면에 배치한 것을 두고 애초부터 검찰개혁의 의지가 없는 것 분위기로 파악했다고 합니다. 이후 국정위는 검찰의 업무보고 내용과 보고자 인원 명단을 사전 제출할 것을 요청했으나 큰 변화가 없는 내용이 제출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이에 국정위는 전날(1일) "2일 예정된 검찰청 업무보고는 검찰 내부의 상황을 고려해 무기한 연기한다"고 공지했습니다.
국정위가 언급한 '검찰 내부 상황'은 심우정 검찰총장이 임명된 지 9개월 만에 사의를 표명하고, 검사장급 등 고위 간부들이 잇따라 사표를 낸 것과 무관하지 않아 보입니다. 다만 국정위는 검찰 인사가 진행된 이후 처음 열리는 4차 보고에서는 검찰개혁에 관한 방안이 제대로 보고될지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국정위 관계자는 "인사가 전날 진행됐기 때문에 4차 보고 이후에는 검찰이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