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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소속 황철규 서울시의원. 서울시의회 누리집서울 성동구 성수동에 추진 중인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을 두고 지역 시의원이 다문화 학생에 대한 혐오·차별 발언을 한 사실이 1일 확인됐다. 해당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과정에서 문제의 발언이 나왔다.
황철규 서울시의원(국민의힘, 성동구 제4선거구)은 지난 22일 “좋은 고등학교를 유치해달라고 시교육청과 싸우고 있다. 지역 주민 여러분이 힘을 모아야 한다”며 “중국 학생이 60%나 다니는 학교에 자녀들을 보낼 것이냐”고 말했다. 황 의원은 성수동 내 특정 초등학교와 중학교 이름을 언급하며 “(해당 학교에는) 다문화 학생, 이중국적을 가진 중국인 학생이 많이 다닌다”고도 했다.
이 발언은 서울 성수동 경일고에서 열린 성진학교 설립을 위한 ‘주민 설명회’에서 나왔다. 이 자리에는 성수동 주민과 장애인단체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석했다. 해당 설명회에 참석한 한 주민은 한겨레에 “공공의 이익을 추구해야 할 시의원이 특정 집단의 이익을 대변하고 인종차별적 발언까지 해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성진학교는 지체장애 학생들을 위한 특수학교로, 폐교 예정인 성수공업고등학교 터에 2029년에 문을 연다. 서울 동북권에 지체장애 특수학교가 노원구(정민학교) 한곳뿐이라 장애 학생들이 장거리 통학을 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 설립이 수년 전부터 추진돼왔다. 시교육청 행정예고 등 행정 절차는 대부분 끝났다.
황 시의원의 발언은 성진학교 설립에 부정적인 일부 지역 주민들의 목소리에 편승한 것이다. 특히 성수공고 인근에서 재개발 사업을 추진 중인 ‘성수 전략정비구역 1∼4지구’ 조합원들은 성진학교 대신 일반고를 세워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여왔다. 이 조합은 설명회장 주변에 성진학교 설립 반대를 요구하는 펼침막을 내걸기도 했다. 황 시의원과 일부 주민은 성진학교를 옛 덕수고 터(성동구 행당동)에 지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그는 당시 발언에 문제가 없다는 취지로 한겨레에 답했다. 황 시의원은 “중국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중국 아이들이 많은 학교에 (자녀를) 안 보내려는 학부모들의 기피 현상은 사실”이라며 “차별 발언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교육청은 황 시의원과 일부 주민의 요구가 타당하지 않다고 보고 있다. 옛 덕수고 터엔 이미 다른 교육 시설이 일부 들어와 운영 중인데다, 성수동에 일반고 수요도 크지 않다고 봐서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성동구 내 고등학교들은 대부분 소규모라 통폐합을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황 시의원은 서울시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이다. 국민의힘이 서울시의회 다수당을 점하고 있는 탓에 성진학교 설립의 마지막 행정 절차인 서울시의회 의결(공유재산관리계획안)이 무산되거나 유보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교육청 담당자는 “시의회에서 (해당 안건이) 통과되지 않으면 역풍이 거셀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