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원~아파트단지 생활공간 침범 계양·부평구서 시민 신고 잇따라
알고 보면 꽃가루 옮겨주는 익충 市 농약 살포 지양… 확산세 주시
인천시 계양구와 부평구 일대에서 여름철 ‘러브버그(붉은등우단털파리)’의 출몰이 본격 시작됐다.
23일 인천시에 따르면 이날 러브버그를 목격했다는 시민 신고가 처음 접수됐다.
계양구보건소에는 계양산 인근 주택가와 산자락 주변을 중심으로 총 7건의 민원이 접수됐다. 보건소는 자체 인력과 위탁 방역업체를 투입해 주야간 현장 방역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일부 주민들 사이에서 "지난주부터 벌레가 보였다"는 말이 나오는 점으로 미뤄 실제 출몰 시기는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부평구에도 같은 날 2건의 관련 민원이 들어왔다. 특히 한 신고는 육교 엘리베이터 천장에 수백 마리가 달라붙어 있었다는 내용이었다.
접수된 민원을 보면 지금까지는 아파트 단지보다 도로변과 공원, 육교처럼 야외 동선에서의 출몰이 많다.
러브버그는 해충이 아닌 익충이다. 유충은 낙엽 등 유기물을 분해해 토양을 비옥하게 만들고, 성충은 꽃가루를 매개해 생태계에 긍정적인 역할을 한다.
다만, 암수 한 쌍이 짝을 지어 날아다니는 특성 탓에 사람의 몸이나 옷, 차량 등에 잘 달라붙어 "창문 열기도 꺼려진다"는 민원이 잇따르고 있다.
주차장과 아파트 베란다, 엘리베이터 등 실생활 공간에서도 종종 출몰해 시민 불쾌감을 유발한다.
아직 연수구와 미추홀구, 중구 등 타 지역에서는 관련 신고가 없지만 서울 은평구 등 수도권 일부 지역에서 이미 출몰 사례가 확인돼 인천 전역으로의 확산 가능성도 제기된다.
시는 올해 러브버그 출몰이 지난 2년간보다 더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시는 러브버그가 익충임을 고려해 화학 방제를 지양하고 물리적 방역과 시민 인식 개선 중심의 대응에 나설 계획이다. 방충망 설치와 유인등, 끈끈이 트랩 사용을 권장하며 차량이나 외벽에 붙은 벌레는 물로 세척할 것을 안내하고 있다.
시 관계자는 "무분별한 화학 방제는 생태계에 위협을 줄 수 있고, 오히려 개체 수 증가를 부추길 우려도 있다"며 "짧은 출몰 기간 생활방역과 시민 안내를 병행하며 수도권 확산세도 면밀히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병훈 기자 jbh99@kihoilb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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