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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뉴스 ‘강간범’ 몰려 옥살이→무죄…진실을 택한 남자 [그!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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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06.23 1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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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범석 씨의 자서전 ‘당신은 성폭행범입니다’ 표지

이범석 씨의 자서전 ‘당신은 성폭행범입니다’ 표지

“억울한 옥살이를 끝까지 치르더라도 하지 않은 일을 했다고 말할 수는 없었습니다.”

성폭행 누명을 쓰고 구속된 이범석 씨(38). 그의 옥살이는 결백을 입증하기 위한 처절한 싸움이었다. 형기를 다 채운다 해도, 석방을 위해 없는 죄를 지었다고 말할 수는 없었다.

이 씨는 광주에서 직업군인으로 복무한 뒤 전역 후 금융회사 영업직으로 일하며 살아가던 평범한 남성이었다. 1월 1일에 태어나서인지 성격도 밝고 유쾌해 지인이 많았다.

그의 인생이 뒤틀린 건 2015년 2월의 어느 밤이었다. 평소 알고 지내던 여성 A 씨가 다친 것을 보고 병원에 데려다준 선의가 화살로 돌아올 줄은 몰랐다.

“선행이 화살로 돌아올 줄이야”

부사관 시절의 이범석 씨

부사관 시절의 이범석 씨

“그날은 아는 형님과 술을 마시고 있었는데, A 씨가 찾아왔어요. 3년 정도 알고 지낸 누나였고, 주로 그쪽에서 먼저 연락해왔죠. 가끔 지인들과 함께 보는 사이였어요.”

이 씨는 다음날 출근이 걱정돼 술을 많이 마시진 않았다. 귀가하려던 이 씨의 팔을 A 씨가 잡아끌며 “조금만 더 마시자”고 했다. 이 씨가 이를 뿌리치자 A 씨는 하이힐을 신은 채 휘청이며 철조망을 짚었고, 그 순간 손바닥이 찢어졌다.

 

이 씨는 급히 인근 병원 응급실로 A 씨를 데려갔다. 밤이 늦어 응급처치만 받은 뒤, 다음 날 아침 다시 병원을 찾으라는 안내를 받았다. 새벽이라 집에 갔다 다시 오기도 애매했던 두 사람은 병원 인근 숙박시설을 찾았다.

“저 때문에 다친 게 미안하고, 손이 불편하니 초진까지는 도움을 줘야겠다 생각했어요. 호텔에선 그냥 잠만 잤어요. 사실 그분이 손을 아파해서 제대로 잠도 못 잤어요.”

다음 날 병원을 재방문한 이 씨는 A 씨의 입원 절차까지 확인한 뒤 출근했고, 이후 A 씨의 부탁으로 과일이나 만화책 등을 전해주기도 했다.

3개월쯤 뒤, 이 씨가 지인과 술을 마시는 자리에도 A 씨는 갑자기 찾아왔다. “돌아가면서 택시비를 달라고 했어요. 제가 안 주려 하니까 동석한 형님이 대신 줬죠. 그 모습이 좀 불쾌해서 그 뒤로는 연락을 잘 안 받았습니다.”

“연락 없다가… 3년 8개월 만의 고소”

2018년 9월 어느 토요일 아침, 이 씨는 경찰서 여성청소년과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았다. 강간 혐의로 고소를 당했다는 연락이었다.

“보이스피싱인 줄 알고 그냥 끊으려는데 A 씨 이름을 댔어요. 황당했지만 그런 사실이 전혀 없으니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조사받으러 갔어요. 변호사도 없이 가서 있는 대로 말하면 될 거라고 생각했어요.”

조사 받은 후에도 이 씨는 크게 걱정 안 하고 지냈다. 하지만 얼마 후 검찰에 송치됐다는 소식을 듣고서야 뭔가 크게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다.

 

“검사가 ‘혐의 인정하시죠?’라고 물었어요. ‘안 한걸 어떻게 했다고 하냐’고 하니까 검사는 ‘ 기소하면 3년 이상 징역 나올 건데 그때 후회하지 말고 합의 보라’고 하더라고요.”

이 씨는 억울했지만 예의를 지켜 90도로 인사하고 나왔다. 그리고서야 변호사를 찾아가 도움을 청했다.

진실 밝혀질거라 믿었는데…“실형”

1심 선고일, 이 씨의 지인 10여 명이 법정을 찾았다. 모두 무죄를 확신했고, 선고가 끝나면 삼겹살이나 먹자고 약속한 상태였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을 징역 2년 6개월에 처한다”고 선고했고, 집행유예는 없었다. 이 씨는 귀를 의심했다. “정말 머리를 한 대 세게 맞은 기분이었어요.”

판결문이 이어지는 동안 방청석의 지인들은 고개를 떨군 채 말을 잃었다. 이 씨는 그 자리에서 교도관에게 양팔이 끼워져 수갑을 찼고, 포승줄에 묶여 법정을 빠져나왔다.

“묵직한 수갑을 채우는데 여름인데도 금속의 차가움이 느껴졌어요. 포승줄에 소시지처럼 끌려가는데 그때서야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이라는 걸 알았어요.”

이 씨는 그 길로 교도소로 들어가 항문 검사를 받고, 전염병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독방에 갇혔다. 좁은 방 안에서 그는 밤낮 없이 울었다. “평생 흘릴 눈물을 그 안에서 다 흘렸어요.”

“그래도 난 안했어”

실형 선고에 충격을 받은 건 1심 변호를 맡은 김민수 변호사(니케 법률사무소)도 마찬가지였다. 김 변호사는 “어안이 벙벙했다”며 “반박 증언자도 있었고, 무죄가 나올 줄 알았기에 너무 방심했던 것 같다”고 털어놨다.

이 씨는 구속 후 첫 면회에서 변호사를 보자마자 눈물을 터트렸다. 김 변호사는 “정말 안타까울 정도로 많이 울었다”고 회상했다.

“교도소라는 데가 막상 들어가고 3일만 지나면 스스로가 완전히 무너져요. ‘어떻게든 내보내만 달라, 그러면 안 했어도 다 인정하겠다’면서 합의하고 꺼내 달라고 해요. 이건 모든 사람이 다 똑같아요. 어쩔 수 없어요.”

하지만 합의하고 나오려면 이 씨는 앞으로 “내가 성폭행한 게 맞다”고 인정해야 했다. 김 변호사가 “할 수 있겠냐”고 묻자, 이 씨는 한동안 말이 없었다. 그러고는 결연한 얼굴로 말했다.

“어차피 살 거면 그냥 살겠습니다. 저는 억울한 건 못 참아요. 끝까지 싸워보겠습니다.”

그 대답은 변호사에게도 큰 힘이 됐다. 김 변호사는 “당사자가 결심해주면, 우리는 그걸 힘 삼아 공격적으로 싸울 수 있어요. 이제 제대로 싸울 수 있게 된 거죠”라고 말했다.

이 씨는 반드시 억울함을 풀어 하늘에 계신 어머니에게 보여주리라 다짐했다.

2심 “무죄”

이범석 씨가 석방되면서 지인들이 가져온 두부를 먹고 있다.

이범석 씨가 석방되면서 지인들이 가져온 두부를 먹고 있다.
2심 분위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이미 서류상으로 이 씨의 무죄를 뒷받침하는 증거들이 충분히 제출된 상태였다.

반면 A 씨의 진술은 갈수록 모순을 드러냈다. 이 씨는 “A 씨가 거짓말을 너무 많이 하다 보니, 자기가 한 말도 기억을 못 하더라”고 회상했다.

1심에서 A 씨는 사건 발생 후 3년 8개월이 지나서야 고소한 이유에 대해 “이혼 소송 중이라 양육권을 빼앗길까봐 이혼이 끝난 뒤에 고소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는 이 진술을 듣고서야 A 씨가 결혼한 사실조차 처음 알게 됐다.

하지만 2심 과정에서 사실조회 결과가 반전의 열쇠가 됐다. A 씨가 주장한 ‘강간 피해 날짜’보다 1년 11개월 앞서 이미 이혼이 확정됐고, 양육권도 남편에게 넘어간 사실이 확인된 것이다.

2020년 6월 열린 2심 선고 공판에는 이 씨의 부친과 지인 등 20여 명이 방청석을 채웠다. 재판장은 “원심 판결을 파기한다. 피고인은 무죄!”라고 선고했고, 그 순간 아버지는 엄숙한 법정에서 손뼉을 쳤다. 이 씨는 그런 아버지를 바라보며 소리조차 내지 못한 채 눈물을 흘렸다.

“무죄 받아도 ‘무고죄’ 성립 안되는 현실”

이 씨는 무죄를 받은 뒤 A 씨를 ‘무고죄’와 함께 ‘모해위증죄’(다른 사람을 형사처벌받게 하려고 일부러 거짓말한 행위)로 고소했다. 이는 무고죄가 웬만해선 성립되기 어렵기 때문이다.

김 변호사는 “사법 피해자가 무죄 판결을 받아 무고죄로 고소해도 정작 기소조차 안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무고죄가 성립되더라도 실형보다는 집행유예가 나오는 경우가 많아 실효성이 낮다”고 지적했다.

실제 A 씨도 무고죄는 기소되지 않았다. 그러나 재판 과정에서 수차례 위증을 한 사실이 드러나며 ‘모해위증죄’는 인정됐다. 재판부는 검찰이 구형한 1년형을 그대로 받아들여 실형 1년을 선고하고 A 씨를 법정 구속했다.

대부분 선고는 구형의 70~80% 선에서 내려지지만, 이번에는 예외였다. 재판부 역시 죄질이 매우 무겁다고 판단한 것이다.

아직도 보상 한푼 못 받아


이 씨는 무죄 판결을 받았지만, 그동안 소송에 많은 비용을 쏟아부은 탓에 생계가 막막한 상황에 놓였다. 수감 중에도 월세와 아파트 대출 이자 등이 빠져나가면서 재정은 바닥을 드러냈고, 가입해두었던 보험들도 줄줄이 해지되며 큰 경제적 타격을 입었다.

이후 김민수 변호사는 이 씨의 처지를 안타깝게 여겨 남은 법적 절차를 무료로 도왔다.

이 씨는 3000만 원을 청구하는 민사소송에서 승소했지만, 지금까지 단 한 푼도 받지 못했다. 상대가 돈을 지급하지 않아 매년 360만 원씩 이자가 붙고 있는 상황이지만, “돈이 없다”하니 강제집행도 쉽지 않다. 이미 4년째다.

심지어 사과조차 받지 못했다. “A 씨 어머니에게서 편지로 연락이 왔는데 사과 한마디 없이 ‘그래도 우리 딸이랑 친구였지 않냐. 한 번만 봐달라’는 식이었어요. 어떻게 보상하겠다는 것도 없이 그냥 용서만 해달라는 식이었어요. 저를 찢어 죽일 듯이 처벌 해달라고 하시던 분이…”

“낙인…나와 같은 처지 돕고파”

이범석 씨와 그의 변호인 김민수 변호사(니케 법률사무소)

이범석 씨와 그의 변호인 김민수 변호사(니케 법률사무소)

이 씨가 옥살이를 마치고 세상에 나왔을 때, 이미 그의 평판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망가져 있었다. 무죄 판결을 받았음에도 소문은 사실과 달랐다.

“제가 강간을 저지르고 카메라 촬영까지 해서 구속됐다가, 합의 보고 집행유예로 풀려났다는 식으로 소문이 퍼져 있더라고요.”

https://v.daum.net/v/2025062213020197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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