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너무 무섭고 역겨웠어요.”
2025년 5월27일 제21대 대통령 선거 후보자 3차 티브이(TV)토론을 지켜봤던 성폭력 피해자들에게서 연락이 왔다. 당시 이준석 개혁신당 후보가 권영국 민주노동당 후보에게 질문하며 여성 대상 성폭력 행위를 묘사한 발언을 했고, 이를 접한 피해자들이 충격을 받은 것이다. ‘검증’을 핑계로 벌어진 언어 성폭력이 생중계되자 그제야 ‘충격’이라는 언론과 방송의 호들갑도 피해자들은 이해하지 못했다. ‘청년 정치인’ 운운하며 이준석을 키운 것이 바로 그들이었기 때문이다.
6월3일 대선 방송 3사 출구조사 결과 20대 남성의 37.2%, 30대 남성의 25.8%가 이준석 후보를 선택했다는 결과가 나왔다. 이어 서울대 학부생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도 남학생의 49.5%가 이준석을 지지한 것으로 나오자 여러 분석이 이어지고 있다. 청년남성 이슈에 답한 후보가 이씨가 유일하다는 입장, 청년세대를 계몽 대상으로 삼아왔던 기성세대가 자초한 결과라는 주장, 거기서 나아가 ‘정치적 올바름 강요’ 등에 지친 청년남성들의 ‘약자 연대’라는 판단 등 2010년대부터 반복되던 청년남성 담론에 머물러 있는 진단이 언론·방송에 또다시 등장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그 대책도 여전히 ‘이대남 달래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이준석을 지지한 ‘다양한’ 청년남성의 사정을 늘어놓고, 그들의 불만을 들어주고 해결하면 언제든 정치적 견해를 바꿀 ‘유동성’을 갖추고 있다며 낙관하는 형태다. 이번 정부 역시 국무회의(6월10일)에서 대통령이 여성가족부 차관에게 남성들이 불만을 가진 이슈를 담당하는 부서의 존재 여부를 묻고 이를 ‘여성가족부’에서 ‘성평등가족부’로 확대 개편하는 이유와 연결한 바 있다. 명명의 퇴보가 백래시(반동)의 강력한 증거임이 또 드러난 것이다.
그러나 진영 상관없이 ‘이대남 달래기’로 일관해왔던 결과가 ‘이준석’임을 인정해야 한다. 청년남성의 보수·극우화를 경계한다며 한발 물러선 사이, 한국 사회에선 ‘한국형 인셀’(온라인에서 극단적인 여성혐오를 생산·공유하는 이들)이 광장과 거리를 경험했고, 물리적 공격력을 행사하고 있으며, 정치판에도 안착했다. 이준석이 선거비 보전이 가능한 득표율을 얻지 못했음을 통쾌해하고, 의원직 제명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참여한 시민이 52만 명을 넘어섰다(6월11일 기준)며 100만 명 달성이 가능할까 따지고 있을 때, 개혁신당 당원은 두 배로 늘었고, 이준석은 당대표 출마를 고민하고 있다. 40대가 된 이준석은 여전히 청년남성을 기반으로 극우화 행보를 멈추지 않는 것이다.
한국 청년남성은 이미 극우화 경향을 보이고 있다. ‘계집신조’를 공공연히 외치며 여성혐오와 차별을 일상에서 표출하는 10대 남성들은 ‘이준석 키즈’가 되기를 마다하지 않고 있다. 이준석이 TV토론에서 했던 언어 성폭력은 인터넷 커뮤니티의 인식과 표현이 오프라인 세상으로 이전되는 현장이었고, 이를 목격한 현세대에게 이씨는 롤모델이 되기 충분하다. 기성세대가 진보적 40~50대인 자신(출구조사 결과 기준)에게 취해 젊은 세대를 자신들과 분리해 비난하거나, 나이 들고 사회 경험을 하면 혐오와 차별을 시정하고 정치적 입장을 바꿀 것이라는 낙관을 하고 있으나, 이는 무책임한 자기최면이다. 젊은 세대를 길러낸 게 지금의 40~50대임을 직시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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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 원문 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36/00000518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