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15/0005145117
정신질환에 따른 공무상 재해 승인
2022년 274건→2024년 386건 2년간 40.9% 폭증
악성민원도 '역대 최다'
“죽으려고 약을 먹었습니다. 교실로 찾아와 고함치던 학부모 얼굴이 아직도 떠오릅니다.”
2022년 폭력적인 학생을 말리다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당했던 광주의 한 초등학교 교사 윤수연 씨는 이렇게 증언했다. 그는 “운이 좋아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1년 뒤 검찰에서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정신적 후유증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학교, 관공서, 우체국 등 대민 접점에 있는 교사와 공무원들이 악성 민원에 시달리며 극심한 정신적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이로 인한 정신질환이 공무상 재해로 인정되는 사례는 급증하고 있지만 정작 정부의 법적·제도적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16일 한국경제신문이 인사혁신처로부터 받은 ‘공무상 재해보상 승인 현황’에 따르면 정신질환에 따른 공무상 재해 승인 건수는 2022년 274건에서 2024년 386건으로 2년 만에 40.9% 늘며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공직사회 전반에서 악성 민원이 구조적 재해로 굳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이날 국회에서 열린 ‘공직자 생명을 위협하는 악성 민원 근절’ 토론회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이 부각됐다. 더불어민주당 노동존중실천단과 한국노총이 공동 주최한 이번 토론회에서 공개된 자료에 따르면 악성 민원은 2021년 3만4484건에서 2022년 5만1883건으로 2년 만에 50.4% 급증했다.
같은 기간 민원 대응 공무원의 자살 순직 신청 건수도 26건에서 49건으로 88.5% 늘었다. 인사혁신처에 접수된 공무원의 우울·적응장애 등 정신질환 비율은 2022년 기준 일반 산업재해 근로자의 11배에 달했다.
교육 현장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교사노동조합연맹이 지난 5월 전국 교사 40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 전체 응답자의 47%가 악성 민원을 직접 겪은 적이 있다고 밝혔다. 특히 10건 중 1건 이상은 학부모로부터 시작된 민원이었다.
하지만 민원 대응에 대한 책임 구조는 여전히 모호하다. ‘근무 중인 학교의 민원처리를 학교장이 책임지고 있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한 교사는 24.1%에 불과했다. 김종진 일하는시민연구소 소장은 “국가와 조직이 민원인을 ‘고객’으로만 대하면서, 부당한 요구와 폭력을 방치한 것이 더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