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유치원 교사 A씨는 지난해 1년 동안 한 원생 보호자로부터 거의 매일 민원 전화를 받아야 했다. ‘아이가 대소변 볼 때마다 문자로 알려달라’ ‘열이 있으니 5분마다 상태를 보고하라’ ‘아이 활동 내용을 A4 한 장씩으로 정리하라’ 등 무리한 요구가 대부분이었다. 매일 20명의 아이들을 보조 교사와 단둘이 돌봐야 하기 때문에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A씨는 “요구가 제대로 반영 안 되면 주말 밤에도 전화해 ‘대충 일하고 월급 받는 걸 너희 부모도 알고 있느냐’ 식의 인신공격을 했다”며 “괜히 맞섰다가 더 심한 막말을 들을 것 같아서 참을 수밖에 없다”고 했다.
유치원 교사 B씨는 최근 아동 학대 가해자로 신고를 당했다. 다른 원생들을 폭행하는 아이를 제지하다가 아이의 몸에 작은 생채기가 났는데, 그 부모가 신고한 것이다. 해당 부모는 밤낮으로 B씨 개인 번호로 연락해 ‘맘카페에 올리고, 교육청에 민원 넣어서 너 평생 교사 못 하게 막겠다’는 협박까지 했다.
어린이집·유치원 교사들에 대한 일부 부모들의 악성 민원, 갑질 문제가 심각해지고 있다. 자신의 자녀만 제대로 돌보지 않았다고 주장하며 교사 개인 휴대폰이나 소셜미디어로 폭언과 욕설을 해 정신적 피해를 호소하는 교사들이 늘고 있다. 보육 교사 상당수가 젊은 20대 여성이다 보니 보호자들의 악성 민원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기도 쉽지 않다. 교육계에선 현재 교권 보호 정책이 초중등 교사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사각지대에 놓인 어린이집과 유치원 교사에 대한 보호 강화가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교육부는 지난 2023년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초중고 학교에 민원 통합 대응팀 운영을 의무화했다. 학부모가 민원을 제기할 경우 교장 등이 대응하도록 일원화했다. 하지만 유치원·어린이집은 일부 초등학교 병설 유치원 등을 제외하면 아직 적용되지 않고 있다. 대부분의 유치원·어린이집 교사는 보호자 민원을 직접 상대해야 해 악성 민원에 노출될 위험이 더 크다. 아동 학대 신고에는 무고죄가 성립하지 않아 나중에 무죄로 밝혀지더라도 억울함을 호소하기도 어려운 구조다.
문제는 일부 유치원·어린이집 원장들이 학부모 여론을 의식해 악성 민원 피해를 인지해도 적극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저출생 등으로 지역마다 원생 유치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외부에 피해를 알려 교사를 보호하기보다 피해 사실을 감추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신고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서 정부는 악성 민원 피해 건수조차 제대로 집계하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