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돈 주고 산 건데 사라질까 봐 불안해요."
인터넷 서점 예스24가 지난 9일 랜섬웨어 해킹 공격으로 인해 전자책·티켓 예매 등 주요 서비스가 나흘째 먹통이다.
예스24 해킹 사태와 관련해 인천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대가 내사에 착수한 상태지만 이용자들의 불편은 가중되고 있다.
침대에 누워 웹소설을 읽는 게 유일한 낙이라는 A(30)씨. 플랫폼이 해킹된 날, 수백 권의 전자책을 모아 둔 그의 ‘서재’도 한순간에 멈췄다. 그는 며칠째 돌아오지 않는 서재를 바라보며 ‘설마 이대로 내 책이 사라지는 건 아닐까’라는 불안에 사로잡혔다.
B(26)씨는 이번 주 일요일 독서 모임을 앞두고 황당할 뿐이다. 함께 읽기로 한 책을 미리 구매해 뒀지만 플랫폼 접속이 막히면서 열람 자체가 불가능해졌기 때문이다. 결국 그는 모임 친구들에게 "한 주만 미뤄 달라"고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B씨는 "당일 바로 읽고 싶어서 전자책을 자주 산다"며 "책을 샀다고 해서 언제든 꺼내 읽을 수 있는 건 아니라는 걸 이번에 처음 실감했다. 앞으로는 종이책을 사야 하나 고민 중"이라고 쓴웃음을 지었다.
웹소설, 웹툰, 전자책 등 전자출판물은 대부분 플랫폼 서버를 기반으로 접근권을 제공하는 구조라 예스24의 시스템 장애는 곧바로 ‘소유권 상실’처럼 체감되는 위협으로 이어진다.
실제로 최근 몇 년간 디지털 콘텐츠 플랫폼이 경영상 이유 등으로 서비스를 갑작스럽게 종료하는 사례가 반복되고 있다. 올해 초에는 웹툰 플랫폼 ‘피너툰’이 문을 닫으면서 이용자들이 ‘소장’으로 구매한 콘텐츠를 더는 열람할 수 없게 돼 논란이 일었다.
2022년 콘텐츠 이용 피해 실태조사에 따르면 ‘콘텐츠 및 서비스 하자, 제공 중단에 의한 피해’는 전체 피해 유형 중 24.2%로 가장 높은 비율을 차지했다.
출판업계도 소비자의 불안을 인지하고 있다. 한 출판사 관계자는 "출판사로 직접적인 문의가 오지는 않지만 소비자들이 불안해하는 분위기는 분명히 느껴진다"고 말했다.
대한출판문화협회의 2024년 출판시장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만화·웹툰·웹소설 플랫폼 기업(13개 사)의 매출액은 약 1조5천959억 원으로 전년 대비 12.2% 증가했다.
결국 빠르게 성장하는 시장에도 불구하고 소비자 불안은 여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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