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news.naver.com/mnews/article/029/0002960116
대선 기간 책임당원들 놀란 '수상한 여론조사'
여연 조사 아닌 중앙당 주도 당원조사로 알려져
책임당원들 영등포경찰서앞 회견 후 고소장
고지없이 개인정보 활용, 위장 여론조사 추궁
계파감별 등 사적남용 의심…당비지출 감사론도
국민의힘 한동훈 전 당대표를 지지하는 책임당원들이 6·3 대선 막바지 친윤(親윤석열)계 지도부가 주도한 이례적 책임당원 여론조사에 대해 법적 조치에 나섰다.
여성 당원이 주축이 된 '국민의힘의 정상화를 바라는 국민의힘 책임당원 일동' 50여명은 9일 서울 영등포경찰서에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 고소장을 제출하기에 앞서 기자회견을 열고 "최근 국민의힘이 자행한 당원 대상 Y(와이)리서치 여론조사 과정에서 드러난 개인정보 유용 및 무단 활용 의혹에 깊은 유감을 표하며 법적 조치와 공론화로 반드시 책임을 묻고자 한다"고 밝혔다. 피고소인은 국민의힘 박대출 사무총장과 윤희숙 여의도연구원장, 여론조사 책임자 등으로 알려졌다.
앞서 지난달 23~25일 일부 커뮤니티에선 국민의힘 책임당원인 본인과 지인들이 Y리서치 여론조사 전화를 받았거나, 3회 이상에 걸친 집요한 콜백을 경험했단 제보가 잇따랐다. 발신자 번호와 ARS(자동응답)통화음으로 들린 업체 전화번호가 상이한 점, 대선 투표 의향을 먼저 묻자 '투표할 생각이 없다'고 응답해도 종료되지 않고 '각당 대선후보 중 누구에게 투표할지' 묻는 문항으로 넘어간 점, 통상의 여론조사에 비해 책임당원 수신자가 과다한 점에 의문을 표했다.
당 씽크탱크 여의도연구원이 선거 여론조사 공표 금지(블랙아웃) 기간 판세 분석을 위해 실시해온 비공표 국민여론조사와 판이하고, 중앙여심위 미등록 업체를 통한 조사 의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왔다. 무엇보다 당내 대통령선거 경선 전화ARS투표나, 당 대선후보를 5·3 전당대회에서 선출된 김문수 전 후보에서 한덕수 전 국무총리로 교체할 목적으로 강행했던 '후보단일화 찬반' 전당원투표처럼 국민의힘에서 조사를 예고한 바 없어 당원들은 술렁였다.
5월말 친한(親한동훈)계 일부 인사들은 차기 당권경쟁 등을 위한 '명태균식 당원명부 유출·활용' 조사 아니냔 의혹을 SNS로 제기했고 박대출 당 사무총장이 이들에게 연락해 '여연이 아닌 당에서 책임당원 대상으로 자체 실시한 조사이며 다 폐기할 것'이란 취지로 해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당원조사 의혹에 책임당원 일동은 "정치적 목적을 위한, 사적 남용 의혹을 불러일으키며 당을 사랑하는 많은 당원들의 신뢰를 무너뜨린 심각한 사태"라고 반발했다.
대표로 성명을 낭독한 구은수씨는 "국민의힘은 국민 세금과 당원들의 당비로 운영되는 공당이며 그 책무는 투명성과 공정성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질서 수호에 있다"며 "우리는 다음과 같은 문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당원의 개인정보·연락처·주소지·정치성향 등을 명확한 동의 없이 특정 여론조사 및 당내 경선전략에 활용한 정황 △일반여론조사를 가장한 당원용 감별 수단으로 사용된 정황 △개인정보 수집·활용에 대한 고지 및 동의절차 미비를 짚었다.
또한 △여연에서 진행해 온 비공표 여론조사 방식과도 판이한 방식이며 여연이 아닌 중앙당 주도 여론조사로 정치적 영향력 행사 수단으로 사용된 정황이라고 주장했다. 일동은 "이는 개인정보 보호법 제17조 개인정보의 제공, 제23조 민감정보의 처리제한 등 위반 소지가 매우 크다"며 "국민의힘은 당원 개인정보를 활용한 경우에 대해 즉각 해명하고 관련 자료를 투명하게 공개하라. 개인정보를 제공·활용한 책임자에 대한 철저한 수사와 문책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계파 감별용·당비 남용을 의심한 이들은 "경찰은 이번 사안을 철저히 조사하고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엄중 처벌해달라"며 "정치적 목적을 위해 당원과 국민의 신뢰를 배신하고 당원의 정보를 사적으로 남용한 행위는 절대 용납할 수 없다. 이번 사태가 반복되지 않도록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덧붙였다. 회견에 동참한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합(깨시연) 대표는 "대선을 포기한 이들이 당원들 색깔을 정리해 당권에 욕심을 가지고 구분하려 했다는 합리적 의심이 든다"고 했다.
한편 다른 책임당원 A씨는 회견에서 "당원들에게만 수차례 응답할 때까지 집요하게 진행된 이 여론조사의 용도는 뭔가. 앞으로 있을 당대표 선거에 당원들 의사에 반하게 악용하려는 꼼수는 아니냐"며 "이번 수상한 여론조사의 주범들은 책임당원들에 의해 법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또 지도부를 향해 "당신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미친 계엄 선포로 탄핵에 이르기까지 권력자에게 아첨하며 술 마시는 것 말고 정부의 성공을 위해 뭘 했느냐"고 성토했다.
또 다른 책임당원 B씨도 마이크를 잡고 "'가만히 있으니 가마니로 아는', 당원을 우습게 여기는 것에 화가 났다"며 "우리는 이걸 여론조사가 아닌 책임당원 성향 분석이라 생각한다. 왜 일반여론조사 이름으로 진행했나. 책임당원에게 돌린다면 정확히 '당원 여러분께 한다'고 명시하고 조사 목적을 말하는 게 당연한 것 아니냐. 굳이 조사 대상에 이재명 이름을 포함해 누굴 찍겠냐고 묻는 조사가 책임당원에게 왜 필요한가. 어떤 데이터를 만들려고 했는지 정확히 밝히라"고 촉구했다.
B씨는 "이 조사는 콜백에 응답하지 않는다고 음성사서함에까지 남긴다고 한다. 정말 수상하다. 어떤 조사이길래 이렇게까지 집요하게 특정인 응답을 받을 필요가 있었나"라며 "수억원 돈을 들여 70만여명 전수조사가 진행됐다고 안다. 당원의 피같은 돈으로 제멋대로 진행했는데 이런 비용을 몇명의 생각만으로 집행했다면 확실하게 책임을 묻고, 이 조사로 어떤 결과값을 알았는지 당원들도 알게 해달라"고 촉구했다. 나아가 "몇몇 '알량한' 정치인이 당원들이 매달 내온 당비를 제멋대로 쓰게끔 하고싶지도 않고, 이 부분에 대해선 당무감사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철저하게 밝혀달라"고 당무감사 필요성까지 제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