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리박스쿨 사무실을 방문했던 시민들의 설명을 6일 종합하면, 사무실 벽면엔 비상계엄 선포 이후인 지난해 12월12일 윤석열 전 대통령이 발표한 대국민 담화문이 큰 종이에 인쇄돼 붙어 있었다고 한다. 대국민 담화문은 ‘윤석열 대통령,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 아래 붙어 있었고, 일부 문구는 진한 글씨로 강조됐다. 윤 전 대통령은 이 담화문을 통해 자신의 계엄 선포를 정당화하며 야당에 노골적인 적개심을 보이고 ‘부정선거 음모론’을 펼친 바 있다.
리박스쿨은 ‘이승만·박정희 전 대통령 스쿨’의 약자로, 사무실엔 대체로 이들 전직 대통령에 대한 도서와 자료가 빼곡했는데 윤석열 전 대통령이 그 뒤를 잇는 듯한 모양새도 보였다고 한다. 비상계엄 선포를 ‘자유민주주의 체제를 수호하기 위한 행보’라고 설명하고 있는 책 ‘윤석열과 법률전쟁’이 여러권 쌓여 있었고, 국가정보원 출신인 이희천 국민의힘 중앙연수원 교수가 이번 탄핵 국면에서 낸 책 ‘대통령 탄핵과 체제 전쟁’도 전시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부정선거 음모론을 대표하는 책 ‘스톱 더 스틸(STOP THE STEAL)’도 있었다고 한다.
앞서 리박스쿨은 2022년 2월 윤 전 대통령 후보 시절 지지 선언에 참여했다. 손효숙 대표와 관련된 대한민국역사지킴이 등 6개 단체가 주도한 선언으로, “이승만 건국이념과 박정희의 부국강병 정신을 계승하는 국가지도자로서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내용이 담겼다.
리박스쿨 사무실엔 ‘늘봄교육연합회’ 등 관련 단체 여럿이 주소를 두고 있었으며, 실제 같은 사무 공간을 이용하는 등 한몸처럼 움직였던 것으로 추정된다. 이곳에서 이른바 ‘아스팔트 우파’ 세력이 모여 뉴라이트 역사관 주입, 부정선거 관련 집회·시위 활동, 선거에 대비한 댓글 공작 등 논의가 조직적으로 이뤄진 것으로도 보인다. 이들은 ‘좌익단체와 정치권의 붉은 커넥션’이라며 정리한 그래픽도 크게 인쇄해 사무실 안에 붙여둔 것으로 알려졌다. 시민단체를 계열별로 나누고 정리한 것인데, 이 중엔 5년 전 숨진 박원순 전 서울시장을 조롱하는 메모도 적혀 있었다고도 한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대는 지난 4일 리박스쿨 사무실과 손효숙 리박스쿨 대표의 주거지를 압수수색해 컴퓨터와 손 대표의 휴대전화 등을 확보했다. 경찰의 압수 대상엔 리박스쿨과 관련 단체의 사업자 등록증, 이들이 진행한 교육 관련 수료증과 방명록, 각종 임명장과 위촉장 등도 포함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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