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의 배우자 김혜경 여사가 5월 27일 오전 전남 고흥군 소록도 내 성당 안을 둘러보고 있다. 연합뉴스
“나는 노출이 최대한 안 되게끔 해달라.”
이재명 대통령 당선인의 배우자인 김혜경(58) 여사가 선거 운동 기간 더불어민주당 관계자들에게 자주 당부했던 말이다. 김 여사는 민주당 경선이 시작된 4월부터 비공개로 종교계 유력 인사들을 만나 조언을 듣는 행보를 이어왔다.
한 캠프 관계자는 “처음부터 끝까지 이 후보와 동선을 달리한다는 것이 제1의 원칙이었다”며 “대신 여사가 이곳저곳 전화를 조심히 돌리면서 ‘남편을 뽑아달라’고 했다. 열정 만큼은 당선자 못지않았다”고 설명했다. 이 당선인조차 지난 2일 “아내가 지방에 주로 다녀서 거의 한 달 이상 보지 못했다”고 말할 정도였다.
사실 김 여사는 이 당선인이 정치를 시작하는 것을 극구 반대했던 사람이다. 2006년 이 당선인이 성남시장에 출마하려던 시절엔 “이혼 도장 찍고 나가라”는 말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김 여사는 어느덧 여성·장애인·종교계 등 사회 각층의 목소리를 남편에게 전달하는 ‘정치적 동반자’가 됐다.
김 여사는 1966년 10월 서울에서 2남 1녀 중 장녀로 태어났다. 중산층 가정에서 유복하게 자란 그는 숙명여대 피아노과를 졸업한 뒤 피아노 강사 일을 했다. 1990년 변호사 2년 차였던 이 당선인을 가족 소개로 만났다. 김 여사는 이 당선인의 첫인상에 대해 2017년 언론 인터뷰에서 “인물도 썩 좋지 않았고 늙어 보였다”며 다소 박한 평가를 했다. 네 번째 만남 때 청혼을 받았지만 김 여사는 답하지 않았다고 한다.
김 여사의 마음을 돌린 것은 이 당선인에게서 건네받은 10년 치 일기장 6권이었다. 이 당선인의 따뜻한 면을 본 김 여사는 결혼을 승낙했고, 7개월 후 성남의 한 아파트에 신혼집을 꾸렸다. 이 당선인이 인권변호사의 길을 걸은 탓에, 신혼살림은 넉넉지 않았다. 시어머니는 “내가 사줄 수 있는 게 이것밖에 없다”며 국자 하나를 선물했다. 김 여사는 지금도 그 국자를 소중히 간직하고 있다.
34년간 곁에서 지켜본 김 여사가 꼽는 이 당선인의 최대 강점은 “위기에 강하다”는 점이다. 김 여사는 3년 전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삶의 파도가 올 때, 가정적인 일이나 정치적인 위기일 때 오히려 차분해진다. 먼저 해야 할 것과 나중에 해야 할 것을 잘 구분한다”고 말했다.
김정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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