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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통화기록 등에서 尹 전화 내역 확인
윤석열→김성훈→실무진으로 지시 이어져
경찰, 尹의 구체적 증거인멸 지시 정황 포착
실무진 반대로 사령관 3인 로그아웃은 못 해
윤석열 전 대통령이 김성훈 대통령경호처 차장에게 두 차례 전화해 군사령관들의 비화폰(보안 처리된 전화) 삭제 관련 조치를 묻고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의 구체적인 증거인멸 지시 정황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경호처 실무진들의 반대로 사령관들의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지만, 경찰은 12·3 불법 계엄과 관련된 주요 증거의 삭제 배후에 윤 전 대통령이 있다고 보고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1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경찰청 국가수사본부 비상계엄 특별수사단(단장 백동흠 안보수사국장)은 지난달 30일 김성훈 차장을 불러 조사했다. 김 차장 측은 한국일보에 "경찰에서 비화폰과 업무폰, 개인폰 등의 통화내역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조사에서 특히 지난해 12월 7일 김성훈 차장이 경호처 실무진에게 연락해 여인형 전 국군방첩사령관, 곽종근 전 특수전사령관, 이진우 전 수도방위사령관의 비화폰을 보안조치하라고 지시한 사실을 파악하고 누구 지시였는지 집중 추궁한 것으로 전해졌다. 보안조치는 원격 로그아웃을 의미하며, 비화폰을 원격 로그아웃하면 통신 내역 등이 지워져 '깡통폰'이 된다.
김 차장은 12월 7일 윤석열 전 대통령으로부터 두 차례 연락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윤 전 대통령은 김 차장에게 "네가 통신을 잘 안다며. 서버 관련 규정이 어떻게 되나. 서버 삭제는 얼마 만에 한 번씩 되냐"고 물었고, 김 차장은 이에 "확인해보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첫 통화 직후 윤 전 대통령은 다시 김 차장에게 전화해 "수사받는 사람들 비화폰을 그렇게 놔둬도 되는 건가. 조치해야지? 그래서 비화폰이지?"라는 취지로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윤 전 대통령 전화를 받은 김 차장은 즉시 경호처 통신 담당 실무진에게 전화해 보안조치를 지시했다. 실무진은 김 차장에게 "누구 지시냐"라고 물었고, 김 차장은 "대통령 지시"라고 답했다. 김 차장은 실무진과의 통화내역을 삭제하는 등 그간 윤 전 대통령의 지시 여부에 대해 함구했다. 하지만 최근 경호처로부터 확보한 통화내역 등이 증거로 제시되자, 윤 전 대통령과의 통화 사실을 인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 관계자는 "수사 중인 사안에 대해선 일체 확인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경찰은 앞서 김 차장 등에 대해 특수공무집행방해, 직권남용 등 혐의로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에 윤 전 대통령도 '공범'으로 적시했다.
다만 사령관 3명의 비화폰 원격 로그아웃(보안조치)은 경호처 실무진의 반발로 이뤄지지 못했다. 실무진들은 보고서 등을 쓰며 "증거인멸에 해당돼 로그아웃할 수 없다"며 반발한 것으로 파악됐다. 김 차장은 그러나 이후에도 간부회의 등에서 수차례 "보안조치하라"는 취지로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경호처에서 비화폰 서버 등을 제출받은 경찰은 지난해 12월 6일 윤 전 대통령, 홍장원 전 국가정보원 1차장, 김봉식 전 서울경찰청장의 비화폰이 원격 로그아웃된 흔적도 포착해 함께 수사 중이다. 12월 6일은 홍 전 차장이 국회 정보위원회에서 여야 의원들과 면담하며 윤 전 대통령이 "이번 기회에 다 잡아들여. 싹 다 정리해"라고 지시했다고 폭로한 날이다. 경찰은 이에 대해선 성명불상자를 증거 인멸 혐의로 입건했다. 누가 삭제를 지시했는지 아직 특정되지 않았다는 의미다. 김 차장은 12월 6일 이뤄진 원격 로그아웃 조치는 자신과 무관하다고 선을 긋고 있다. 김 차장 측은 본보 통화에서 "지시한 적 자체가 없고, 이미 지워진 뒤에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