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년에서 3~4년으로 줄어들며 치열한 경쟁
유명 가요기획사들이 신인 K-팝 그룹 데뷔 주기를 앞당기고 있다. 스타덤에 오른 기존 소속 그룹의 활동을 느긋하게 지켜보며 후속 그룹을 준비하던 과거와는 사뭇 달라진 양상이다. 안정적 수익을 올리기 위해 1년 내내 배턴을 이어받으며 빈틈없이 활동할 그룹을 확보하기 위해 보유 지식재산권(IP)을 늘리는 동시에 팬덤의 유입과 이탈 속도가 빨라진 최근의 트렌드에 발맞추기 위한 전략으로 보인다.
K-팝 시장에서 가장 긴 역사를 자랑하는 SM을 기준으로 보자. 1세대 대표주자인 HOT(1996년 데뷔, 신화(1998년)) 이후 2세대 동방신기(2004)가 나오기까지 6년이 걸렸다. 같은 2세대로 분류되는 슈퍼주니어(2005), 샤이니(2008년) 이후 3세대의 시작점이라 할 수 있는 엑소(2012) 데뷔까지 또 4년이 소요됐다. 4세대인 NCT(2016) 나오기까지는 4년이 걸렸고, 5세대인 라이즈(2023)가 7년 만에 배턴을 이어받았다.
JYP와 YG엔터테인먼트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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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 K-팝 시장이 소규모일 때는 각 가요기획사들이 걸그룹 1팀, 보이그룹 1팀에 집중했다. 이들의 재계약 기간이 도래하는 6∼7년차가 될 때쯤 신인을 내보내며 세대교체를 꾀했다. 여러 그룹을 동시에 돌릴 만한 자본 여건도 되지 못한 탓이다.
하지만 이제는 시대가 달라졌다. 업계 리딩 기업인 하이브를 비롯해 SM, JYP, YG 모두 '조 단위' 회사로 거듭났다. 막강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여러 그룹을 동시에 운영하고 다양한 사업을 전개한다. 연습생 시장도 커졌다. 풍부한 연습생 풀을 확보하고 있다가 언제든 새 그룹이 출격할 수 있도록 호시탐탐 시기를 잰다.
올해를 보자. SM은 올해 초 새 걸그룹 하츠투하츠를 공개했다. 5년차에 접어든 에스파가 최전성기를 누리고 있는 시기에 일찌감치 후속 걸그룹을 내놨다. SM은 지난 2023년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떠난 뒤 'SM 3.0' 비전을 공개했다. 에스파와 하츠투하츠 사이에 버추얼 그룹 나이비스를 가동하기도 했다. NCT 역시 지역 별로 다양한 유닛을 선보이고 있다. 당시 SM은 '3.5년에 1팀'이던 신인 데뷔 주기를 '1년에 2팀'으로 줄이겠다는 방침도 내놨다. 영국 그룹 디어앨리스를 내놓고, 최근 보이그룹 82메이저의 소속사 지분을 인수한 것 역시 보유 IP를 늘리기 위한 방안이라 할 수 있다. SM 30주년 공연에서 화제를 모은 연습생들을 기반으로 보이그룹 내년 데뷔설도 돌고 있다. 사실 SM은 NCT란 큰 틀 안에 NCT 127, NCT 드림, WayV, NCT위시를 꾸준히 론칭시키며 이런 흐름을 가장 먼저 받아들였다.
주요 가요기획사의 이런 기조는 지난해부터 두드러졌다. 지난 1년 사이 약10팀이 쏟아졌다. JYP의 경우 미국 리퍼블릭레코드와 합작한 6인조 다국적 걸그룹 비춰(VCHA)를 비롯해 일본인 멤버로 구성된 넥스지, SBS 오디션 프로그램 '라우드' 출신 멤버들이 포함된 킥플립이 출격했다. 올해 하반기에는 중국인 멤버로만 채운 보이그룹 프로젝트C를 선보일 예정이다.
하이브는 미국 게펜 레코드와 협력해 결성한 걸그룹 캣츠아이를 필두로 그룹 세븐틴을 보유한 레이블 플레디스에서 9년 만에 선보인 보이그룹 투어스(TWS), JTBC 예능 '알유넥스트'를 통해 배출된 아일릿 등을 빠르게 성장시켰다.
상대적으로 보유 IP가 가장 적은 YG 역시 달라진 모습을 보이고 있다. 양현석 YG엔터테인먼트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26일 공식 블로그에 공개한 인터뷰 영상을 통해 4인조 걸그룹과 보이그룹을 올해와 내년 선보이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그리고 지난 28일부터 신인 걸그룹 멤버 4명의 연습 영상 등 순차적으로 관련 콘텐츠를 공개하고 있다. 양 총괄은 "현재 YG는 남자 그룹 2팀과 여자 그룹 2팀이 데뷔를 준비 중"이라며 "내년에는 보이그룹 한 팀을 꼭 론칭하고 싶다"고 말했다.
4대 기획사에 속하지는 않지만 스타쉽엔터테인먼트의 행보도 바쁘다. 2021년 데뷔한 아이브의 동생그룹인 키키를 예상보다 빠르게 올해 성공적으로 론칭시켰고 보이그룹 아이딧도 하반기에 데뷔시킬 예정이다.
이처럼 각 가요기획사들은 '젊은 피'를 수혈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이는 앨범 판매량과 공연이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는 가요기획사들의 전략적 선택이다. 각 그룹마다 확보할 수 있는 팬덤의 크기는 일정 수준을 넘기 어렵다. 그렇다고 매출 확장을 위해 신보 발매 및 공연 주기 역시 지나치게 짧게 가져가면 "팬들을 돈벌이로 이용한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결국 그룹 수를 늘려서 소속 아티스트들이 1년 내내 공백 없이 활동할 수 있는 방안을 택한 셈이다.
물론 이로 인한 유력 K-팝 그룹 간 출혈 경쟁은 피할 수 없다. 이런 상황 속에서 중소 기획사들은 더욱 설 자리를 잃게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K-팝 시장 역시 '규모의 경제'로 흐르면서 이같이 신인 그룹의 데뷔 주기가 짧아지는 현상은 가속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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