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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부실 대응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박희영 서울 용산구청장이 자신의 항소심 첫 재판에서 “검사의 공소 제기가 올바르지 않다”며 “통제는 경찰 담당”이라고 주장했다.
서울고법 형사9-1부(재판장 공도일)는 20일 업무상과실치사 등 혐의로 기소된 박 구청장 등 4명의 항소심 1차 공판기일을 진행했다. 박 구청장은 지역 내 재난 책임자로서 참사 당시 이태원 일대에 인파가 몰려 위험한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을 명백하게 예견할 수 있음에도 이를 방지할 수 있는 안전관리계획을 수립해 시행하지 않고 참사가 벌어진 뒤 적절한 조처를 하지 않은 혐의로 지난 2023년 1월 기소됐다. 지난해 9월 1심 재판부는 용산구청 쪽이 “(안전관리에 있어) 구체적이고 직접적인 주의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며 박 구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최원준 전 용산구청 안전재난과장, 유승재 전 용산부구청장과 문인환 전 안전건설교통국장에게도 무죄가 선고됐다.
검찰은 이날 항소 이유와 관련해 “이태원 참사는 사회재난에 해당하고, 피고인은 재난을 전제로 한 재난안전법 25조상 각종 의무를 부담한다”며 “사전 예견 가능성이 인정되며, 용산경찰서장 사건에서도 이를 토대로 유죄를 선고했다”고 말했다. 박 구청장 쪽은 “검사의 공소 요지는 정직하고 치밀한 사실인정과 합리적이고 법리적으로 타당한 법률 해석이 바탕이 돼야 하는데 올바른 사실인정을 전제로 하고 있는지 의문이다”라며 “재난안전법상 규정을 아무리 들여다봐도 재난안전법이 열거하고 있는 사회 재난의 유형에 이 사건 사고가 포함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 사건 사고 방지를 위해서는 사고 장소로 인파를 막거나 해산할 수 있는 조치가 필요한데 피고인들에게 과연 그런 권능이 있었나”라며 “용산구에는 인파를 통제할 수 있는 권한이 없다. 그 역할은 경찰이 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피해자 쪽을 대리하는 오민혜 변호사는 이날 법정에서 “용산구민이면 핼러윈데이에 인파가 몰리는 것이 여러 해 동안 반복된 것을 안다”며 “지자체는 우려만 있더라도 인파를 유도하고 대피시킬 권한이 있다는 점이 재난안전법상 분명히 명시돼있다”고 말했다.
10·29 이태원참사 유가족협의회는 이날 공판 전 서울고법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관련자들이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한다”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태원 참사 유족 임현주씨는 “박 구청장은 행정의 중심에서 안전관리를 소홀하게 함으로 직무를 유기했으며, 구체적인 예방과 대비조차도 미수립한 업무상 과실치사의 죄를 범했다”며 “역할을 다하지 못한 무능한 자는 합당한 형벌을 철저히 받으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