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넬은 대기번호 0번, 까르띠에는 30번. 지난 13일 서울 중구 한 백화점의 샤넬과 까르띠에 매장 분위기는 이처럼 대조적이었다. 까르띠에는 대기자가 많아 오전에 대기표를 받아도 최소 5~6시간 기다려야 매장에 들어설 수 있었던 반면 샤넬 매장은 비교적 한산해 입장이 수월했다.
까르띠에가 가격 인상을 앞두고 있어 ‘반짝 수요’가 몰렸다는 점을 감안해도 명품 소비자들이 근래 들어 주얼리로 이동하는 추세가 뚜렷하다는 귀띔이다. 명품 시장이 불황이라고 하지만 명품 주얼리 시장은 건재한 분위기다. 최근 가격 인상 주기가 빨라지고 있는 가운데도 수요가 꺾이지 않는 분위기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까르띠에는 전날부터 국내 제품 가격을 평균 6% 가량 인상했다. 앞서 올해 2월에도 가격을 5~6% 올린 데 이어 불과 3개월 만에 추가 인상한 것이다. 앞서 같은 그룹의 반클리프 아펠도 지난달 25일 주요 제품 가격을 5~10% 상향 조정한 바 있다. 대표 라인인 알함브라 목걸이와 브레이슬릿 등 인기 제품군이 대거 인상 품목에 포함됐다. 이 브랜드도 지난 1월에 이어 올 상반기에만 두 차례 판매가를 높였다.
실제 소비 침체에도 럭셔리 주얼리 매출은 두 자릿수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1~4월 럭셔리 주얼리·시계 성장세는 전년 동기 대비 27.1%에 달했다. 8%대인 명품 전체 성장률의 3배 이상이다. 이달 1~6일 황금연휴 기간 롯데백화점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0% 올랐다. 특히 럭셔리 시계와 주얼리 상품 매출이 45%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주요 상권에 있는 점포를 중심으로 리뉴얼작업을 진행 중이다. 서울 중구 본점 1층에 반클리프아펠과 그라프 등 브랜드를 연이어 입점시켰다.
다만 예물을 찾는 일반 신혼부부들은 잇따른 가격 인상에 마음 졸이고 있다. 결혼을 앞둔 예비신랑 박모 씨는 "원하는 제품을 가격 인상 전에 사려고 몇 번씩 오픈런 했지만 구매에 실패했다"며 "돈을 더 주더라도 원하는 제품을 살지, 아니면 예산에 맞춰 가격이 덜 오른 다른 제품을 살지 예비 신부와 상의하다가 언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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