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연말이었던 12월21일 SBS '연기대상'에서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밴드가 등장해 공연을 펼쳤다. 이들의 이름은 나중에 알려진 것이 '투사계 밴드'. 아직 데뷔하지 않은 밴드 AxMxP의 멤버 하유준이 보컬로 서고, 지난해 '선재 업고 튀어' 등에 출연하면서 인기를 얻은 엔플라잉의 이승협이 베이스를 쳤다. 그리고 넷플릭스 '지금 우리 학교는' 등에 출연했던 배우 박지후가 건반, 배우 김선민이 드럼을 맡았다.
이들의 모습이 한 번도 본 적이 없었던 것은 이유가 있다. 이승협과 박지후는 나름 이름을 알렸던 상황이었지만, 하유준은 그때도 2025년 5월 중순인 현재도 데뷔를 아직 하지 않은 가수였다. 그리고 김선민 역시 작품 출연 수가 많지 않았던 신예였다. 이들의 정체는 SBS가 2025년 새롭게 방송할 드라마 '사계의 봄'의 주역들. 바로 이듬해 방송할 드라마를 홍보하기 위한 깜짝 공연이었던 셈이다.
그 후 약 5개월 투사계 밴드는 실제 베일을 벗었다. 지난해 밴드 서사와 함께 K팝 스타를 세공한 tvN '선재 업고 튀어'가 인기를 얻었기에 자연스럽게 '사계의 봄'에 대한 관심은 커졌다. 그런데 뚜껑을 열고 보니 이 드라마 '선재 업고 튀어' 보다는 2009년작 SBS '미남이시네요'를 닮아있다. 그리고 애석하게도 극의 감성 역시 그때에서 별로 나아가지 않았다.

SBS는 지난 6일과 7일 '사계의 봄' 1, 2회를 특별편성해 연속 방송했다. '사계의 봄'은 SBS 수요드라마로 편성돼있다. 14일부터 드라마는 매주 수요일 시청자를 만난다. 하지만 출발은 좋지 않다. 닐슨 코리아 전국 가구기준 집계로 1회 시청률은 1.4%에 그쳤다. 2회는 반 토막이 났다. 드라마는 0.7%까지 시청률이 내려갔다.
사실 이러한 결과는 누구도 예상하기 쉽지 않았다.
무엇보다 연출자가 김성용 감독이었다. 2021년 MBC '검은 태양'을 통해 선 굵은 첩보물을 선보인 김 감독은 2023년 '연인'을 통해 이른바 '포텐'을 터뜨린다. 병자호란을 겪으며 뿌리째 흔들리는 민초들의 삶과 마치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보는 듯한 남녀의 연인 서사를 절묘하게 녹여 넣었기 때문이다. 세간은 재능있는 연출자의 등장에 열광했고, 주연 남궁민과 안은진을 비롯한 주역들은 큰 관심을 받았다.

'사계의 봄'은 그러한 김성용 감독 첫 번째 청춘 로맨스 서사였다. 물론 1, 2회를 통해 드러난 김 감독의 스타일은 여전히 유려하다. 장면의 정서에 따라 조명과 소품, 음악과 효과 그리고 화면의 속도를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모습은 원숙했다. 하지만 '사계의 봄'은 진정 중요한 두 가지 요소를 놓치고 간다.
우선 극의 재미다. 표본은 적지만 드라마는 전형적인 청춘물의 '혐관(혐오관계)' 서사를 이어간다. 주인공 사계(하유준)와 김봄(박지후)은 계속된 악연으로 묶이고 자존심이 강한 서태양이 끼어들면서 삼각관계로 옮아간다. 이들의 갈등은 극적인 우연을 통해 해결되고, '우리의 무기는 청춘의 열정이야' 식의 인과관계가 부족한 해결책이 자주 들어온다.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다. 주연 하유준을 거론하지 않을 수 없는데, 그는 지상파 드라마의 깜짝 주연으로 들어오기에는 다른 배우들과도 섞이지 못하는 정도의 연기를 보인다. 발성과 화법 그리고 상황에 따른 톤을 생각하지 않고 시종일관 높은 톤으로 들어오는 대사는 극에 잘 섞이지 않는다. 하지만 어쩌면 당연할지 모른다. 그는 가수로서도, 배우로서도 아직 무언가를 보이지 못한 신예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지 않은 케이스도 있었다. 바로 '미남이시네요'였다. 남장을 한 고미녀(박신혜)의 K팝 스타 등극 과정을 다룬 작품에서는 그의 뒤를 장근석과 이홍기, 정용화가 받쳤다. 정용화는 이 당시 밴드 씨엔블루로 데뷔하기 이전이었다. 그는 신예로는 비교적 안정된 연기력으로 이후 데뷔와 시너지 효과를 냈다. 당시 정용화는 주인공이 아닌 조연이었고, 그의 능력은 지금의 하유준과 달랐다.
어쩌면 이 모든 상황 뒤에는 제작사가 있을지 모른다. '사계의 봄'은 SBS의 스튜디오 S와 더불어 FNC엔터테인먼트, FNC스토리가 제작에 참여했다. AxMxP와 엔플라잉은 FNC의 밴드다. '미남이시네요'의 이홍기와 정용화 역시 FNC의 FT아일랜드, 씨엔블루 출신이다. 카메오로는 문세윤, 유재필 등 FNC의 예능인들이 등장한다. 어렴풋이 그림이 잡힌다. '사계의 봄'은 FNC엔터테인먼트가 '미남이시네요'의 성공사례를 모델로 2025년판으로 그려낸 또 다른 청춘물이었던 셈이다.
하지만 글로벌 성공을 거뒀고, 당대의 감성을 대변했던 '미남이시네요'와 다르게 '사계의 봄'의 시작은 위태하다. 물론 중화권을 비롯한 글로벌의 반응이 있다고 하지만, 해외 역시 한국에서의 흥행을 과거에 비해 높게 친다. 16년 전 청춘물의 텐션과 정서 그리고 아직 여물지 않은 배우들의 연기력에 자리를 내줄 국내 시청자는 그리 많지 않아 보인다.
K팝 신은 2000년대 들어 발전에 발전을 거듭하고 있고, 드라마의 제작 역량 또한 달라졌다. '
지금의 젊은 시청자는 답습과 다소 퇴행이 섞인 과거의 유산에는 더는 반응하지 않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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