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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범 혀 깨문 시골 소녀…검찰은 "남자 불구 됐으니 결혼해"[뉴스속오늘]

무명의 더쿠 | 05-06 | 조회 수 62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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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1년 전인 1964년 5월 6일 오후 8시쯤. 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서 최말자씨(당시 18세)는 길을 묻는 남성 노모씨(21)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 최씨는 자신을 쓰러뜨리고 성폭행을 시도하던 노씨의 혀를 깨물었고, 혀가 1.5cm 정도 잘려 나간 노씨는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다.

최씨로서는 강간범에 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행동이었다. 


사건 발생 며칠 뒤 노씨는 친구 10여명을 데리고 최씨 집에 찾아와 자신을 책임지라며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노씨는 강간미수, 특수주거침입,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최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의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다"며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고, 최씨는 6개월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모욕을 견뎌야 했다.

최씨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네가 책임져야 하지 않냐"며 "결혼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조롱했다.


재판부도 "남자에게 호감 있던 게 아니냐", "남자와 결혼할 생각 없냐"고 묻는 등 2차 가해하며 최씨를 몰아세웠다. 심지어 사건 발생 장소에 최씨와 노씨를 데려가 강제로 키스당하던 상황을 재연하게 했다.


당시 언론은 '혀 자른 키스', '키스 한 번에 벙어리'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최씨의 행실을 지적하는 듯한 기사를 쏟아냈다. 주변 사람들마저 "그냥 결혼하고 끝내라"라고 권유했다.


노씨 가족들은 최씨 가족들을 찾아와 "혀가 끊긴 것도 인연이니 벙어리 된 아들과 결혼하자"고 제안했다. 결혼하지 않을 거면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 아버지는 딸의 구속 기간이 길어지자 결국 논을 팔아 돈을 주고 합의했다.


최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장소와 집이 100m 거리였다. 범행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에 있던 인가에 들릴 수 있었다"며 "청년의 혀를 끊어 말 못하는 불구로 만든 행위는 정당방위 정도를 넘어섰다"고 판시했다.


반면 노씨는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만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구속 수사를 받던 최씨는 6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져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노씨는 사건 이후 병역 의무를 마친 뒤 결혼했다.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했던 최씨에게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 확산은 용기를 줬다. 60세가 넘어 입학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성, 사랑, 사회'라는 강의를 듣던 중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최씨는 방통대 동기 도움으로 2018년 한국여성의전화에 재심 청구 문의를 했다. 이후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는 노씨가 혀가 잘렸는데도 정상적으로 병영 생활했다는 점을 들어 '중상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강제 구금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재심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최씨는 부산고법에 항고했으나 또다시 기각됐다. 최씨는 재항고했고,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손을 들어줬다. 


지난 2월 부산고법은 최씨 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억울하게 처벌받았던 18세 소녀는 어느덧 79세가 돼 다시 법정에 설 예정이다.


https://naver.me/FioFrwZ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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