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성폭행범 혀 깨문 시골 소녀…검찰은 "남자 불구 됐으니 결혼해"[뉴스속오늘]
6,194 38
2025.05.06 19:31
6,194 38
LzKXNo


61년 전인 1964년 5월 6일 오후 8시쯤. 경남 김해시 한 마을에서 최말자씨(당시 18세)는 길을 묻는 남성 노모씨(21)로부터 성범죄를 당했다. 최씨는 자신을 쓰러뜨리고 성폭행을 시도하던 노씨의 혀를 깨물었고, 혀가 1.5cm 정도 잘려 나간 노씨는 봉합 수술을 받아야 했다.

최씨로서는 강간범에 저항하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선택했던 행동이었다. 


사건 발생 며칠 뒤 노씨는 친구 10여명을 데리고 최씨 집에 찾아와 자신을 책임지라며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렸다. 노씨는 강간미수, 특수주거침입, 특수상해 혐의로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은 최씨의 정당방위를 인정했다. 하지만 검찰은 "고의로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다"며 최씨를 중상해 혐의로 구속했고, 최씨는 6개월간 검찰 수사와 재판을 받으며 모욕을 견뎌야 했다.

최씨에 따르면 사건을 수사한 검찰은 "남자를 불구로 만들었으니 네가 책임져야 하지 않냐"며 "결혼하면 간단한 일"이라고 조롱했다.


재판부도 "남자에게 호감 있던 게 아니냐", "남자와 결혼할 생각 없냐"고 묻는 등 2차 가해하며 최씨를 몰아세웠다. 심지어 사건 발생 장소에 최씨와 노씨를 데려가 강제로 키스당하던 상황을 재연하게 했다.


당시 언론은 '혀 자른 키스', '키스 한 번에 벙어리' 등 자극적인 제목으로 최씨의 행실을 지적하는 듯한 기사를 쏟아냈다. 주변 사람들마저 "그냥 결혼하고 끝내라"라고 권유했다.


노씨 가족들은 최씨 가족들을 찾아와 "혀가 끊긴 것도 인연이니 벙어리 된 아들과 결혼하자"고 제안했다. 결혼하지 않을 거면 돈을 달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최씨 아버지는 딸의 구속 기간이 길어지자 결국 논을 팔아 돈을 주고 합의했다.


최씨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범행 장소와 집이 100m 거리였다. 범행 장소에서 소리를 지르면 충분히 주변에 있던 인가에 들릴 수 있었다"며 "청년의 혀를 끊어 말 못하는 불구로 만든 행위는 정당방위 정도를 넘어섰다"고 판시했다.


반면 노씨는 특수주거침입과 특수협박 혐의로만 기소돼 징역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다. 성폭행 혐의는 적용되지 않았다.


구속 수사를 받던 최씨는 6개월 만에 집행유예로 풀려났지만, 정신적·신체적으로 피폐해져 죽고 싶은 마음이었다고 한다. 노씨는 사건 이후 병역 의무를 마친 뒤 결혼했다.


죄인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살아가야 했던 최씨에게 '미투'(MeToo·성폭력 고발) 운동 확산은 용기를 줬다. 60세가 넘어 입학한 방송통신대학교에서 '성, 사랑, 사회'라는 강의를 듣던 중 피해자로 보호받지 못했던 자신의 과거를 떠올린 것이 계기가 됐다.


최씨는 방통대 동기 도움으로 2018년 한국여성의전화에 재심 청구 문의를 했다. 이후 사건 발생 56년 만인 2020년 부산지법에 재심을 청구했다. 최씨는 노씨가 혀가 잘렸는데도 정상적으로 병영 생활했다는 점을 들어 '중상해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재판 과정에서 강제 구금되는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는 점도 재심 근거로 들었다.


하지만 부산지법은 이를 기각했다. 최씨는 부산고법에 항고했으나 또다시 기각됐다. 최씨는 재항고했고, 대법원은 3년 넘는 심리 끝에 최씨 손을 들어줬다. 


지난 2월 부산고법은 최씨 항고를 받아들여 재심 개시를 결정했다. 성폭행범 혀를 깨물어 억울하게 처벌받았던 18세 소녀는 어느덧 79세가 돼 다시 법정에 설 예정이다.


https://naver.me/FioFrwZx


목록 스크랩 (0)
댓글 38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선정 시 최대 100만원] 커뮤니티 하는 누구나, 네이버 라운지의 메이트가 되어보세요! 201 12.26 12,029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4,368,766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1,086,391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2,408,702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4,403,458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07.22 1,014,256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1 21.08.23 8,456,576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6 20.09.29 7,383,731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591 20.05.17 8,580,571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2 20.04.30 8,470,072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295,390
모든 공지 확인하기()
2944945 유머 진짜 빠부같이 묭하게 생긴 아기 염소 07:25 63
2944944 유머 신데렐라 언니 연습은 하니 우쿨렐레 1 07:19 143
2944943 유머 곧 1000만 조회수 달성하는 한국여자피겨 영상 (퀸연아 아님) 07:14 463
2944942 이슈 23년 전 오늘 발매된_ "0%" 2 07:10 168
2944941 정보 간단한 설치로 원격제어로 커튼을 열고 닫을 수 있게 해주는 커튼 오프너 07:02 582
2944940 기사/뉴스 줄어드는 지자체 출산지원금…저출생 해결 가능할까? / KBS 2025.12.25. 3 06:58 331
2944939 유머 특정집단 트라우마 오게 만드는 게임 내 대사. 7 06:43 1,254
2944938 이슈 ‘엄마에게 맡긴 고양이 2마리가..’ 1 06:28 1,075
2944937 이슈 데뷔 22주년 맞이한 가수의 투어스 앙탈챌린지 1 06:26 714
2944936 유머 문어는 아주 영리해요 5 06:19 888
2944935 유머 감동 그자체라는 팬덤이랑 듀엣하는 가수.jpg 2 06:13 820
2944934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만 운영하는 우유 디저트 카페 입니다~ 3 06:11 213
2944933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도 운영하는 고등어 식당 입니다~ 1 06:08 173
2944932 이슈 버스를 탔는데 뒤이어 탑승한 어떤 남자가 내 옆에 서서 가만히 나를 내려다 보는 것이다.jpg 17 06:08 2,647
2944931 유머 🐱어서오세요 오전에만 운영하는 치즈냥 식당 입니다~ 3 06:01 191
2944930 이슈 역대급 흥행을 기록한 로맨틱코미디 영화들 (이중에서 덬들이 본 영화는?) 58 04:58 1,917
2944929 유머 새벽에 보면 이불 속으로 들어가는 괴담 및 소름썰 모음 102편 2 04:44 271
2944928 이슈 현재 에이미 와인하우스, 아델의 뒤를 이을 소울 디바 인재가 나타났다는 말까지 듣고 있는 신예 가수...jpg 17 04:25 4,437
2944927 유머 롯월 남친짤의 정석인 남돌.jpg 2 04:15 2,364
2944926 이슈 유럽 분위기 가득 담은 수서 10평 아파트 룸투어 86 04:12 10,7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