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여성 참가자가 없다
행사가 끝나면 지자체들은 앞다퉈 ‘매칭률 40%’ ‘커플 8쌍 탄생’처럼 성과가 담긴 보도자료를 내놓는다. 만남 주선 행사가 성황리에 끝나는 것 같지만 내막은 조금 다르다. 여성 참가자를 모으려 지자체는 개인정보 수집과 일대일 홍보, 공무원 강제 차출을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의 매칭률도 수시로 부풀렸다.
지자체의 만남 주선이 예능 프로그램과 달리 난항을 겪는 가장 큰 이유는 여성 참가자를 찾기 어렵다는 점이다. 단양군이 지난해 12월 경찰서·소방서·교육지원청에 수요조사를 해보니 예상 남성 지원자 18명, 여성 지원자는 2명이었다. 경남 김해시가 지난해 추진한 ‘나는 김해솔로’ 2기 신청자도 남성(120명)이 여성(32명)보다 3.8배 많았다. 전남 화순군은 지난해 6월 ‘커플매칭 화순사랑 더하기’ 공고를 냈다가 여성 참가자를 모집하지 못해 행사를 취소했다.
사업을 중단한 지자체들은 ‘성비불균형-여성 신청자 수가 적음’(충북 진천군), ‘상대적으로 여성의 참여율이 저조해 행사 진행을 못하게 됨’(제주 서귀포시), ‘미혼여성 참가인원 미달’(경남 함안군), ‘여성 참여자 신청인원 부족’(경기 가평군), ‘지역여건상 여성 참가자 모집이 어렵고 목적에 따른 효과가 매우 미흡’(경남 통영시) 등의 답변을 내놨다.
억지로 여성 지원자 수를 맞추더라도 끝이 아니다. 좁은 지역에서 연애와 만남이 회자될 때 수군거림의 대상이 주로 여성이 되는 점이나 지역의 가부장적 문화를 고려하는 지자체 노력은 눈에 띄지 않았다. ‘여성 참가자들은 나이가 어려 덜 적극적’(전남 고흥군)이라고 분석하거나 ‘접수 연령 조정 검토’나 ‘좁은 지역 내 보수적 성향으로 여성들이 참여를 꺼려 모집 범위를 거제·고성으로 넓혔다’(통영시)는 수준의 대안을 제시하는 데 그쳤다. 전남의 한 20대 여성 공무원은 “지자체에선 여성들이 왜 참여를 안 하는지 근본적인 이유에 대해선 덜 고민한다”고 했다.
오히려 지역에선 비자발적으로 행사에 등록한 여성 참가자를 탓하는 분위기가 감지된다. 2020년을 끝으로 사업을 종료한 충남 태안군은 내부 문서에 사업 중단 이유를 ‘여성 참가자의 소극적인 태도’로 들었다. “여성 참가자 대부분은 자의가 아닌 타의에 의한 참여로 매년 참여 실적이 저조할 뿐 아니라, 행사 진행 시에도 소극적인 태도 및 형식적인 참가 등으로 남성 참가자들로부터 의욕 저하와 불만을 야기했다”는 것이다.
여론조사업체 한국리서치가 지난해 6월 진행한 ‘2023 결혼인식조사’ 결과를 보면, 만남 주선 행사의 필요성을 묻는 말에 18~29세 여성은 18%만 ‘필요하다’고 답했다. 같은 나이대 남성의 2명 중 1명(51%)이 ‘필요하다’고 답한 것과 차이가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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