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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1인당 국내총생산(GDP) 4만달러 달성 시점을 2029년으로 2년 늦췄다. 경기 둔화, 환율 상승, 정치적 불확실성이 겹치면서 4만달러 달성이 더 멀어진 셈이다. 내년에 대만에 역전당할 것이라는 예측까지 나오면서 위기감이 커지고 있다.
28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IMF는 지난 22일(현지시간) 발표한 ‘세계경제전망보고서(World Economic Outlook)'에서 올해 한국의 1인당 GDP를 3만4642달러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보다 4.1% 감소한 수치로, 2022년(3만4822달러)보다도 낮은 수준이다.
IMF는 지난해 10월까지만 해도 2027년에 4만1031달러를 기록하며 4만달러를 넘길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최근 저성장 고착화 조짐을 반영해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 내수 회복 지연과 환율 부담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특히 주목할 점은 내년에는 대만이 한국을 앞설 것이라는 분석이다. 대만의 1인당 GDP는 올해 3만4426달러, 내년 3만6319달러로 꾸준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2029년에는 대만(4만385달러)과 한국(4만341달러)이 거의 비슷한 수준에 도달할 것으로 보이며, 2030년에는 한국이 4만1892달러로 대만(4만1244달러)을 다시 앞설 것으로 전망됐다.
일본은 이미 2022년에 한국에 1인당 GDP를 역전당했으며, 2029년에야 4만29달러로 4만달러를 간신히 넘길 것으로 분석했다.
IMF의 전망은 국가별 실질 성장률 예측을 기반으로 한다. IMF는 한국의 실질 GDP 성장률이 2024년 1.0%, 2025년 1.4%로 낮은 수준에 머무르다 2027년 2.1%로 반등하지만, 2029 다시 1.9%로 떨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대만은 2%대 성장을 꾸준히 유지할 것으로 보이며, 일본은 2024년부터 2030년까지 0.5~0.6%대 저성장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됐다.한편, 한국은행이 발표한 올해 1분기 성장률은 -0.2%로, 기존 연간 성장률 전망치(1.5%)보다 크게 낮았다. 연간 전망치도 1.1% 수준으로 하향 조정될 수 있다. 연간 성장률은 분기별 전기 대비 성장률의 단순 합계와 거의 비슷하기 때문이다.
미국의 상호 관세 등 글로벌 보호무역 기조가 한국 경제에 추가적인 부담 요인이 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약 12조원 규모의 추가경정예산이 연간 성장률을 0.1%포인트 정도 끌어올릴 수 있지만, 대외 불확실성에 따른 하방 압력이 더 높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1인당 GDP 둔화와 성장률 부진이 맞물리며, 경제 성장은 조기 대선에서도 핵심 쟁점으로 떠오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선 후보는 2030년까지 1인당 GDP 5만달러 달성, 국민의힘 한동훈 대선 경선 후보는 2028년까지 4만달러 돌파를 공약으로 내세웠다.
박정우 노무라증권 이코노미스트는 "국민소득 4만달러 달성 시점은 앞으로 환율에 따라 가변적"이라면서도 "대만에 국민소득을 역전당할 것이라는 전망은 뼈아픈 부분"이라고 말했다. 이어 "일본이 우리나라에 한 번 역전당한 뒤 계속 뒤처지는 상황처럼, 우리도 대만에 앞으로 계속 뒤처질 수 있다는 경각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