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기는 일상을 파고들고 있다. 조직형 범죄나 피해액이 큰 건 위주로 수사·보도되는 탓에 단발성 소액 사기는 건수와 비교해 노출 빈도가 낮다. 이에 일반인들 사이에서 큰 죄책감 없이 보험사기가 행해지는 경우가 많다.
여행자보험 '휴대품손해' 지급액 100억원 육박…건수도 전년比 87.3%↑
여행자보험이 대표적이다. 여행자보험은 1일 1만원 내외의 단기보험인 데다 도난·파손 여부를 보험사가 일일이 확인하기 어렵다는 점을 악용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A씨는 필리핀 출국 전 B보험사의 여행자보험에 가입했다. 그는 필리핀 야시장에서 식사하던 중 테이블 옆에 둔 가방을 도난당했다며 보험금을 청구했다. 가방엔 갤럭시탭 등 11개의 물건이 있었고 피해액이 186만원에 달한다며 영수증까지 제출했다. B보험사는 A씨가 가입한 휴대품 분실 최대 보장한도인 100만원의 보험금을 지급했다.

하지만 A씨가 신고한 물품들은 과거 자신이 홍콩에서 도난당했다고 신고한 것들로 당시에도 100만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그는 이후에도 같은 수법으로 6차례의 보험사기를 저질러 700만원이 넘는 보험금을 편취하다 덜미가 잡혔다. 2023년 9월 의정부지방법원은 그에게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다.
A씨 사례는 6차례나 동일한 수법으로 고액의 보험금을 수령해 적발할 수 있었다. 몇십만 원 단위의 소액 사기는 잘 드러나지도 않는다. 아시아경제가 2023년부터 올해 1분기까지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을 위반한 137건의 판결문을 전수조사한 결과 여행자보험사기로 확정판결이 난 건 A씨 사례를 포함해 단 2건에 불과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최근 여행자보험사기가 늘어나는 추세라고 입을 모은다. 다만 사기를 적발해도 소액의 경우 보험사에 변제하는 조건으로 재판까지 이어지지 않는 경우가 많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소송을 진행하면 악성민원으로 보복하기도 한다"면서 "소액은 보험사 입장에선 그냥 보험금을 받고 끝내는 게 최선"이라고 말했다.
아시아경제가 여행자보험을 판매하는 보험사 8곳(삼성·현대·KB·메리츠·한화·NH농협·AXA·카카오페이)으로부터 입수한 여행자보험 담보별 보험금 지급현황을 보면 휴대품손해 지급액은 2022년 19억원, 2023년 58억원, 2024년 95억원으로 매년 급증하는 추세다. 같은 기간 건수도 8937건, 3만1696건, 5만9370건으로 대폭 늘었다. 물론 이 수치가 보험사기와 직접적으로 연관된 건 아니지만 깊은 상관성을 보인다는 게 보험업계 의견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