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이르면 다음달 ‘은행 점포 폐쇄 관련 공동절차’를 수정해 발표할 예정이다. 2년 만에 은행권 점포 폐쇄 가이드라인을 손질하기로 결정했다.
금융당국은 2023년 은행 점포 통폐합에 따른 고객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공동 절차를 마련했다. 점포 문을 닫기 전에 외부 전문가 평가, 주민 의견 청취 등의 과정을 거치도록 한 게 골자다. 단 예외 조항을 뒀다. 반경 1㎞ 안에 있는 점포를 통폐합하는 경우다.
금융당국은 은행이 예외 조항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점포를 줄였다고 보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은행 점포는 2020년 6454개에서 작년 말 5625개로 쪼그라들었다.
은행권은 반발했다. 한 시중은행 부행장은 “지역 주민 의견 청취 과정에서 매번 반발에 부딪힐 게 뻔하다”며 “점포 통폐합 관련 예외 조항이 삭제되면 점포 폐쇄나 축소는 사실상 불가능할 것”이라고 했다.
‘고령자 등 취약계층의 금융 접근성 보호냐, 비용 효율화를 위한 은행의 경영 자율성 보장이냐.’ 금융당국이 사실상 은행의 점포 폐쇄 통로를 차단하기로 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은행 찾아 삼만리’가 일상이 된 이른바 금융 난민들은 “이용자의 불편을 고려하지 않은 은행 중심의 점포 폐쇄를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은행들은 비대면 거래 비중이 최대 95%까지 치솟은 상황에서 오프라인 점포를 현 수준으로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한 게 현실이라며 경영 자율성 보장을 촉구하고 나섰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전국의 은행 점포 약 1000개가 사라졌다. 은행이 밀집한 수도권은 물론 충청, 대구, 전라 등 각지에서 점포 폐쇄가 잇따르고 있다. 문제는 속도다. 올해도 국민·신한·우리·하나·농협 등 5대 시중은행에서 통폐합한 전국 지점(출장소 포함)이 84곳에 달한다.
매년 점포가 빠르게 쪼그라들자 ‘금융 접근성’이 화두로 떠올랐다. 한국금융연구원에 따르면 소비자의 이동 거리가 20㎞ 이상인 상위 지역 30곳 중 26곳이 만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를 넘는 초고령화 지역으로 나타났다.
금융당국은 다음달 새롭게 발표될 점포 폐쇄 공동절차를 통해 금융 접근성 보호를 강화하겠다는 입장이다. 지점 통폐합을 부추기는 예외 조항을 손질한다. 이를 위해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 같은 방침을 사전에 공지하고 의견 수렴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은행권에선 사실상 점포 합리화를 위한 통로 차단 조치라며 불만을 나타냈다. 특히 전국 1000개 넘는 점포를 보유한 농협은행을 비롯해 점포 밀집도가 높은 지방은행은 추가 점포 효율화가 절실하다는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 가이드라인의 취지는 이해하지만 예외 조항 없이 △폐쇄 전 영향평가 △지역 주민 의견 청취 △대체 수단 마련 △사전 통지 △민원 예방 등 현 절차를 모두 지키려면 당분간 점포 폐쇄는 사실상 불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점포 폐쇄가 자칫 정치권 공방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금융산업노동조합은 최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 경선 후보의 정책 자문기구에 합류한 김광수 전 은행연합회장을 두고 “은행 점포 폐쇄를 옹호해 금융 소비자의 접근성이 심각히 후퇴했다”며 영입 철회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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