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는 맛도 맛있기만 한다면 충분히 즐길 수 있지만, 아예 상해버리면 먹을 재간이 없다. 마동석은 늘상 그렇다 치고, 비주얼 퇴마사가 된 서현의 ‘선방’ 인정이다. 하지만 그 외 재료들은 하나 같이 유통 기한을 한참 넘겼다. 그럼에도 양껏 다 때려넣었으니, 소화가 될리가 없다. 아무리 불주먹을 날려도 체증이 사라지질 않으니, 시원할리 없는, 전혀 안 ‘거룩한 밤 : 데몬 헌터스’(이하 ‘거룩한 밤’)다.
도시는 악을 숭배하는 집단의 확장으로 매일 끔찍한 범죄로 가득하다. 게다가 범죄자들의 모습도 심상치 않은데, 악마에 씌였거나 악마를 추종한단다. 공권력으로, 종교적으로도 감당이 되질 않자, 특별한 능력을 가진 어둠의 해결사 ‘거룩한 밤’ 팀 (바우(마동석), 샤론(서현), 김군(이다윗))이 나선다.
눈에 띄는 건 서현과 정지소다. 특히 서현은 빼어난 비주얼을 똑똑하게 활용해 매혹적인 퇴마사로 파격 변신했다. 악마에게 잠식 당한 소녀로 변신한 정지소도 폭발적인 열연을 선보이지만, 이미 수많은 비슷한 장르물에서 같은 연기를 펼친 연기천재들 많았던 탓에, (배우의 연기력과는 별개로) 별다른 감흥을 주진 못한다. ‘엑소시스트’(1975)를 떠올리게 하는 고전 호러 비주얼과 익숙한 목소리 변조로 향수를 불러일으킨다.
마동석과 코믹 호흡을 맞추는 이다윗은 분량 대비 전혀 인상에 남질 않고, 감정 연기에 올인한 경수진은 따로 보면 자연스러운데 전체 안에선 조화롭게 녹아들지 못한채 혼자 겉돈다. 마주치기만 하면 맥없이 나가떨어지는 빌런들도 전혀 카리스마가 없다. 단연 긴장감이 없는, 특수 분장이 아까운 존재감이다. 그냥 가운 입은 좀비 부대에 가깝다.
맥락없이 뚝 뚝 끊기는 장면 전환과 일본·태국 등 동양 고전 호러물에서 영감을 받은 듯한 연출 역시 기시감을 안긴다. 중간중간 삽입된 웹툰 비주얼을 삽입하는 것도 그림체만 다른 ‘히트맨’ 시리즈의 시도를 떠오르게 한다. 마동석표 액션 그릇 안에 어디서 본듯한 오컬트·퇴마·호러의 요소들을 조잡하게 덕지덕지 붙였다.
잠재적인 매력은 분명 있었다. 문제는 그걸 제대로 살려내질 못했다는 것. 낯선 듯 익숙한 세계관에 디테일한 숨결을 불어넣을 메가폰의 내공이 부족했다.
추신, 남은 ‘범죄도시’ 시리즈는 제발 거룩했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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