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북구에서 외손주를 돌보는 조 모씨(61세)는 요즘 병원을 자주 찾는다. 외손주를 안고 매일 어린이집을 오가느라 허리 통증을 달고 살기 때문이다. 조 씨는 환갑을 넘긴 나이에 힘에 부친다며 딸에게 둘째는 봐주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 씨 딸은 둘째 생각을 접었다.

저출생 대책으로 조부모 수당이 확산되고 있지만 도입 취지가 퇴색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조부모의 육아 동참이 출생률 반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됐지만 환갑·칠순의 조부모들은 노후 스트레스를 견디다 못해 더 이상 손주를 원하지 않는 결과로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9월부터 24개월 이상 36개월 이하 영아를 키우는 양육공백 가정(중위소득 150% 이하)을 대상으로 아이돌봄비를 지원하고 있다. 민간 도우미보다 친정·시부모를 선호하는 맞벌이 육아 가정의 입장을 반영하고, 조부모는 용돈벌이를 할 수 있는 1석 2조 정책으로 주목받았다. 월 40시간 이상 손주·조카를 돌본 조력자에게 1인 기준 월 30만 원씩 최대 13개월간 지급된다.
하지만 조부모 육아 동참을 유도한 결과 뜻밖에 결과가 벌어졌다. 양육자가 자녀를 더 낳는다면 돌봐줄지 묻는 질문에 '무조건 도울 의향이 있다'고 답한 조력자는 28.1%에 그쳤다. '돌봄비 지원을 추가로 받는다면 의향이 있다'는 응답자가 38.2%였지만 '잘 모르겠다'와 '돌봐줄 의향이 없다'는 응답이 각각 21.3%와 12.4%를 기록했다.
양육 부모 입장에서도 효과는 기대 이하였다. 미안한 마음에 조부모에게 지급한 수고비는 아이돌봄비 수령 전후로 별 차이가 없었고, 육아휴직·근로시간·주택 문제 등 가장 큰 걸림돌은 여전했다. 그 결과 응답자 662명 가운데 ‘자녀를 더 낳을 계획이 있다’고 답한 비율이 14.7%에 불과했다. 반면 ‘없다’와 ‘잘 모르겠다’는 각각 63.9%, 21.5%에 달했다.
조부모가 손주 출산을 바라지 않는 이유는 신체적 부담과 여가 위축 때문이다. 설문에서 아이를 돌보면서 몸이 고달픈지 묻는 질문에 41.0%가 ‘그렇다’고 답했다. ‘개인적인 일이나 시간을 가질 수 없다’고 답한 비율도 37.1%에 달했다.
월 30만 원이 적다는 지적도 나왔다. 민간 도우미 월급이나 육아시간동안 다른 일을 했을 때 벌 수 있는 돈과 비교하면 노동 강도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설문에서 ‘아이를 돌봐주면서 오히려 비용을 더 많이 쓰게 된다’고 답한 비율이 34.9%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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