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앵거매니지먼트(분노 조절) 협회 회장인 저자에 따르면 매사에 ‘정의’를 이야기하는 사람은 정의감에 중독됐을 가능성이 매우 높다. 누군가를 비난함으로써 내면에 쌓인 불안감과 스트레스가 해소되는 느낌을 받거나 툭하면 정의를 내세워 세상을 심판하는 것이 일종의 정체성이 돼 버렸다면 바로 ‘정의감 중독 상태’라는 것이다.
특히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다는 사람들은 싸구려 가짜 정의감과 사명감에 불타는 경우가 많다. 악플을 다는 동안 그 불꽃은 격렬하게 타오르지만 성냥불처럼 금세 꺼지고 기억에서 지워지는 것도 빠르다. 저자는 묻는다. ‘과연 그렇게 쉽게 잊히는 것을 정의라고 할 수 있을까’라고. 정의는 소중하고 함부로 다뤄서는 안 되는 개념이며 금방 잊혀서도 안 된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정의라는 개념을 함부로 사용해선 안 되는 또 하나의 이유가 있다. 정의라는 이름으로 누군가를 몰아붙이는 경우를 떠올려 보자. 추궁하는 사람이 정의로운 사람으로 인식되기 때문에 추궁당하는 쪽은 반론이 힘들어진다. 추궁하는 사람이 ‘왜 정의가 아닌지’ 수긍할 수 있는 타당한 설명을 내놔야 함에도 ‘그런 건 모르겠고 넌 그냥 정의롭지 않아’라고 낙인을 찍어 버리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는 말이다. 정의를 막무가내로 휘두르는 사람은 주장에 논리도 없으며 나이나 직책으로 아랫사람이라고 생각되는 이들에게 갑질을 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저자는 꼬집는다.
저자가 우려하는 것은 정의감에 중독된 사람이 많아질수록 다양한 생각과 성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획일화된 사회가 되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1930~40년대 일본, 독일, 이탈리아가 그들만의 정의라는 광풍에 휩싸여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켰다는 점만 생각해 봐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