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건너뛰기

이슈 그때 운전석에 앉은 박인욱씨가 말했다. “꽃이… 보이요?” 서운해하거나 타박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정말로 그의 눈에는 사방에 핀 벚꽃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그의 깜짝 놀란 듯한 말투로 깨달았다. 아차 싶었다.
3,440 10
2025.04.16 17:47
3,440 10


제주항공 참사 유가족들과 읍내로 나가는 길이었다. 아내와 외동딸, 사위, 손주 둘을 모두 잃은 유가족이 운전을 하고, 나는 조수석에 앉아 긴장하고 있었다. 창밖을 보다가 나도 모르게 “꽃이 피었네”라고 중얼거렸다. 서울에서는 목련이 겨우 필 때라 봄꽃들이 낯설었다.


그때 운전석에 앉은 박인욱씨가 말했다. “꽃이… 보이요?” 서운해하거나 타박하는 말투가 아니었다. 정말로 그의 눈에는 사방에 핀 벚꽃이 눈에 하나도 들어오지 않는다는 걸, 그의 깜짝 놀란 듯한 말투로 깨달았다. 아차 싶었다. “서울에는 꽃이 아직 안 피어서요, 저도 모르게 깜짝 놀라서 말해버렸네요.” 횡설수설 수습하려 했지만 그는 이미 꽃은 안중에도 없었다.


 그제야 봄꽃의 알록달록한 색이 눈에 들어왔는지 그는 갑자기 캐리어 이야기를 꺼냈다. “처제가 묻는 거야. 언니가 가져간 캐리어 색이 뭐냐고. 그런데 도무지 기억이 안 나. 각시가 무슨 가방을 가져갔는지도 모르더라고. 하기야, 서방이라는 사람이 각시가 사고난 줄도 모르고 오면 밥 먹인다고 미역국을 끓이고 있었으니.” 운전대를 잡고 있던 그가 한 손으로 눈물을 훔쳤다. “누가 그 상황에서 캐리어 색을 기억하겠어요. 다들 황망한데요.” 겨우 쥐어짜낸 위로의 말이 열린 창문 밖으로 허망하게 흩어졌다.


그날 밤, 숙소에 돌아와도 내내 그 한 문장이 떠올랐다. 꽃이 보이요? 꽃이, 보이요? 꽃이··· 보이요? 머릿속에서 그 한 문장은 길게 늘어났다. 꽃이 어디에 있소? 정말 꽃이 핀 게 맞소? 당신의 눈에는 꽃이 들어오는갑소···. 


물론 안다. 유가족의 슬픔을 모두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는 걸, 애초에 기자가 그 선을 넘어서도 안 된다는 걸. 하지만 누군가의 눈에는 당연히 보이는 봄꽃도 누군가의 눈에는 당연히 보이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고, 몇 번을 곱씹었다. 



https://x.com/sisain_editor/status/1912393519609557501?t=MMikne5L0YTDr0WpOXisHw&s=19


목록 스크랩 (0)
댓글 10
댓글 더 보기
새 댓글 확인하기

번호 카테고리 제목 날짜 조회
이벤트 공지 🖤더쿠X에이피 뷰티🖤백화점 NO.1 피부과 관리¹ 시너지 세럼, <에이피 뷰티 트리플 샷 세럼> 체험단 모집 163 00:04 6,695
공지 [공지] 언금 공지 해제 24.12.06 5,053,043
공지 📢📢【매우중요】 비밀번호 변경 권장 (현재 팝업 알림중) 24.04.09 12,159,222
공지 공지가 길다면 한번씩 눌러서 읽어주시면 됩니다. 23.11.01 13,040,925
공지 ◤더쿠 이용 규칙◢ [스퀘어 정치글은 정치 카테고리에] 20.04.29 35,470,795
공지 정치 [스퀘어게시판 정치 카테고리 추가 및 정치 제외 기능 추가] 25.07.22 1,087,435
공지 정보 더쿠 모바일에서 유튜브 링크 올릴때 주의할 점 785 21.08.23 8,539,861
공지 정보 나는 더쿠에서 움짤을 한 번이라도 올려본 적이 있다 🙋‍♀️ 269 20.09.29 7,452,413
공지 팁/유용/추천 더쿠에 쉽게 동영상을 올려보자 ! 3610 20.05.17 8,666,160
공지 팁/유용/추천 슬기로운 더쿠생활 : 더쿠 이용팁 4019 20.04.30 8,546,795
공지 팁/유용/추천 ◤스퀘어 공지◢ [9. 스퀘어 저격판 사용 금지(무통보 차단임)] 1236 18.08.31 14,468,984
모든 공지 확인하기()
3041856 기사/뉴스 “성과급 13억” “5년 뒤 파이어”…삼성·SK하닉 ‘입사 고시’ 열풍 5 08:47 461
3041855 유머 전공을 잘못 선택해 망했다는 사람 7 08:45 898
3041854 정보 스윙스는 돈까스를 좋아하지 않아 08:45 219
3041853 기사/뉴스 "한국 관광 필수코스 된 약국"...왜 외국인들은 'K-약'에 열광하나 11 08:43 935
3041852 이슈 대군부인 보고 나서 갑자기 궁 보고 싶길래 틀었는데 1화부터 신채경양이 10 08:41 1,370
3041851 이슈 스타벅스 살목지점 생기면 싹 다 퇴마됨 19 08:38 2,439
3041850 정치 李대통령 지지율 61.9%…민주 50.6%·국힘 30.0%[리얼미터] 9 08:32 562
3041849 이슈 사실상 개인시간이 거의 없다는 보통의 직장인의 삶 42 08:31 3,142
3041848 기사/뉴스 "이 약은 '할랄' 진통제인가요?"… 명동 약국들의 고민 43 08:29 2,680
3041847 기사/뉴스 소득 없어도 집값 25억 넘으면 제외될 듯…배달앱 '대면 결제'만 가능 110 08:24 10,272
3041846 이슈 핫게 보니 생각나서 끌올하는 바선생 퇴치법 17 08:24 1,315
3041845 이슈 외국인들이 '한국감성' 느낀다는 사진 28 08:23 3,433
3041844 유머 즉흥적으로 춘 봄날 독무를 9년전 안무랑 동선까지 그대로 재현한 방탄 지민 6 08:22 607
3041843 정보 올해 7월부터 완전히 바꾸는 인천광역시 44 08:15 4,466
3041842 이슈 아직도 엔딩 장면이 잊혀지지 않는 영화를 말해보는 글...jpg 197 08:13 9,133
3041841 이슈 <디즈니+> 아이유 x 변우석 커플 화보 17 08:06 2,205
3041840 정보 🌟 4월 셋째주 별자리 운세 48 08:06 1,761
3041839 정보 >>>지금 더쿠 몇몇 덬들 사진 안 올라가는 오류 있는 듯<<< 14 08:06 657
3041838 정보 카카오AI 답 8 08:03 757
3041837 이슈 아이유, 변우석 <21세기 대군부인> 희주와 이안대군, 말보다 먼저 닿은 마음 | 디플 글램 커플 화보📸 8 08:00 9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