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이 수 차례 매각에 실패한 MG손해보험을 강제 계약이전 방식으로 대형 보험사에 쪼개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 이 경우 전산 구축에만 수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돼 보험업계 부담도 가중될 전망이다. 금융당국이 MG손보 부실을 사실상 방치한 채 책임만 업계에 떠넘긴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당국은 MG손보가 보유한 보험계약을 상위권 손보사로 이전하는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인수 후보군은 ▲삼성화재 ▲DB손해보험 ▲현대해상 ▲메리츠화재 ▲KB손해보험 등 5개 손보사다.
당국은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된 MG손보를 청산 또는 파산시킬 경우, 소비자 피해 등 사회적 파장이 적지 않을 것이라 판단한다. 업계에서도 계약이전을 추진하는 것이 그나마 고객에게 미칠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수단이라 보는 분위기다. 계약 분배 방식은 전체 보험계약을 균등히 분할하거나, 가입 상품 유형별로 나눠 이전하는 방식 등이 거론된다.
현재 5개사 역시 계약이전 가능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MG손보 계약을 받게 되면 출혈 또한 불가피할 것으로 본다. MG손보는 손해율이 높은 상품 위주로 영업 전략을 구사했던 대표적인 보험사다.
실제 MG손보는 다른 보험사들이 손해율 조정을 위해 넣는 질병사망 담보 등의 비중을 줄이는 방식으로 매출을 끌어올렸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지난해 MG손보의 장기보험 손해율은 91.6%, 자동차보험 손해율은 114.4%에 달한다. 같은 기간 업계 평균 손해율은 장기보험 79.8%, 자동차보험 83.6%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MG손보의 경우 장기보험 비중이 높은 데다 보장 내역도 달라 전산 시스템 개발에만 최소 3년의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며 "특히 계약이전의 경우 고용보장도 이뤄지지 않아 전산을 넘기는 과정에서 노조와의 마찰 역시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관련 손보사들은 당국 방침에 불만이 가득하다. 최근 금융당국이 건전성 등 보험사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한 상황에, 부실계약까지 껴안으라니 부담일 수밖에 없다. 당연히 내키지 않지만 그렇다고 당국에 반기를 들 수도 없어 속만 태우는 실정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료는 MG손보가 받고, 보험금 지급은 대형 보험사가 하게 된 것 아니냐"며 "메리츠화재도 포기한 회사인데 날벼락도 이런 날벼락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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