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4일 탄핵심판 인용으로 윤석열 전 대통령이 파면되면서 또 하나 관심을 모으는 것이 바로 '대통령기록물'이다. 지난 2017년 3월 박근혜 씨가 파면됐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총리는 '세월호 7시간' 관련 문건을 대통령기록물로 지정해 봉인해버려 논란을 일으켰다. 이번에도 한덕수 국무총리가 12.3 내란 사태 관련 문건을 봉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퇴임을 앞둔 대통령은 대통령 기록물을 ‘대통령지정기록물’로 지정해 비공개 여부를 결정할 수 있는데, ‘지정기록물’로 지정되면 15년 동안 열람이 제한된다.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은 비공개 기간이 최대 30년까지 늘어난다. 현행법은 ‘지정기록물’ 지정권한을 대통령으로 규정하고 있지만, 윤 전 대통령이 파면됐기 때문에 전례에 따라 한 대행이 ‘지정기록물’ 지정 권한을 갖게 된다.
2017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국가기록원은 “대통령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에 별도 규정이 없고,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에도 제한 규정이 없다. 권한대행도 지정기록물을 지정할 수 있다”는 해석을 내놓은 바 있다. 이 때문에 한 대행은 윤 전 대통령 재임 중 생산된 기록뿐 아니라, 자신과 최상목 경제부총리 등이 권한 대행으로 대통령 직무를 수행한 기간에 만들어진 기록도 ‘지정기록물’로 지정할 수 있다.
그런데 문제는 '사생활과 관련된 기록'이 최대 30년 동안 '비공개'로 할 수 있다는 것이 문제다. 지난 2017년 3월 10일 박근혜 씨가 탄핵심판 인용으로 파면된 이후 당시 대통령 권한대행이었던 황교안 전 총리는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참사 당시 박 씨의 행적에 관한 기록물들을 모두 '지정기록물'로 정하며 봉인시켜버리는 만행을 저질렀다.
이로 인해 당시에도 논란이 됐던 박근혜 씨의 '세월호 7시간' 행적은 11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다 밝혀지지 않았다. 지정기록물을 열람하기 위해선 국회 재적 의원 2/3 이상이 찬성하거나 고등법원장이 중요한 증거라고 판단해 영장을 발부하면 공개가 가능하다. 그러나 문재인 정부 초기는 여소야대였기에 자유한국당의 반대로 인해 지금까지도 다 열람이 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한덕수 권한대행이 비상계엄 국무회의록 등 내란 혐의 수사에 결정적일 수 있는 자료들까지 봉인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만약 그렇게 한다면 윤석열 내란 수사가 차질이 빚어질 수밖에 없다. 아울러 이 정권 들어서 논란이 됐던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 김건희 전 여사의 명품백 수수 의혹 관련 자료, 대통령실 용산 이전 등 관련 기록 등도 마찬가지다.
특히 대통령기록물 관리 업무를 총괄하는 대통령기록관장 채용에 대통령실 행정관 출신인 정 모 씨가 최종 후보에 포함된 것이 JTBC 단독 보도로 확인됐다는 점도 우려를 낳는 부분이다. 정 전 행정관은 윤 대통령 취임 두 달 뒤인 2022년 7월부터 지난 2월 20일까지 대통령실에 파견돼 근무했다.
현재 국회에는 대통령 권한 대행이 대통령지정기록물의 보호 기간을 정할 수 없도록 하는 대통령기록물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아직 계류 중이다. 행안부 대통령기록관은 이르면 7일부터 ‘대통령기록물 생산기관’을 차례대로 찾아 이관 대상 기록물 현황 파악을 한다. 대상 기관은 대통령실과 국가안보실, 경호처를 비롯해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와 같은 대통령 자문기관 등 28곳이다.
한편 더불어민주당은 6일 황정아 대변인 서면브리핑을 통해 한덕수 대통령 권한대행에게 황교안 전 총리와 같은 행태를 저지르지 말 것을 강력하게 경고했다. 황 대변인은 "대통령기록물은 공개가 원칙"이라며 "헌법 질서를 짓밟고 국민에게 총부리를 겨누었던 12.3 내란 관련 기록물은 응당 국민께 있는 그대로 모두 공개되어야 한다. 그것이 주권자인 국민께서 요구하는 진실이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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