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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최대 단일 염전의 소금 제품이 장애인 강제노동으로 생산됐다는 이유로 미국으로부터 수입을 금지당했다. 한국 기업 제품이 ‘강제노동 상품’으로 규정돼 외국에서 통관 억류된 첫 사례다.
미국 국토안보부 산하 관세국경보호청(CBP)은 지난 3일(현지 시각) “태평염전이 천일염 제품 생산 과정에서 강제노동을 사용했음을 합리적으로 보여주는 정보를 바탕으로 태평염전에 대해 인도보류명령(Withhold Release Order)을 발령(2일)했다”며 “즉시 모든 미국 입국 항구의 CBP 직원은 한국의 태평염전에서 공급되는 천일염 제품을 억류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CBP는 세관, 이민, 국경 보안, 농업 보호 등을 목적으로 설립된 미국의 통합 국경관리기관이다. 이 기관은 “태평염전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취약성 악용, 속임수, 이동 제한, 신분증 압수, 열악한 생활 및 근무 조건, 협박 및 위협, 물리적 폭력, 채무 속박, 임금 유보, 과도한 초과 근무 등 국제노동기구(ILO)의 강제노동 지표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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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평염전 관계자는 5일 한겨레와의 통화에서 “미국 쪽 거래처를 통해 (현지) 통관이 안 된다는 연락을 받았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태평염전은 장애인 노동자들 착취를 일부 위탁 염주들의 문제로 치부해봤다.

미국의 이번 조처엔 끊이지 않는 강제노동 피해에 미온적으로 대처하거나 방치해온 한국 정부와 기업들의 책임이 크다. 2014년 염전 장애인 노동자 착취 사태 뒤 지금까지 근로기준법상 ‘강제근로 금지’(제7조) 위반으로 처벌받은 가해자는 단 한명뿐이고 형량도 징역 1년 2개월에 그쳤다. 구조된 경우에도 염전 피해자에 대한 재활과 사회복귀 시스템의 부재 탓에 염전으로 되돌아가거나 가난하고 고립된 삶을 살고 있다. CBP ‘명령’의 계기가 된 사건 피해자 중 한명인 정진만(가명·62)씨는 재판의 최종 결과도, 가해자로부터 사과도, 피해 보상도 받지 못한 채 외롭게 투병하다 지난 설날 구조 3년 만에 세상을 떠났다.
인도보류명령 청원을 낸 어필·장애우권익문제연구소·원곡법률사무소는 6일 CBP의 결정을 환영하며 “정부는 강제노동 근절을 위한 인신매매방지법 등을 개정해 처벌 조항을 신설하고 강제노동 범죄의 구성요건을 구체화하라”고 요구했다. 태평염전 등 기업에도 “생산 과정에서 강제노동이 근절될 수 있도록 인권 실사를 이행하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라”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