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ttps://news.nate.com/view/20250323n1927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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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산불 사망자 유족-지인 “다녀와서 보자고 했는데”
공 씨는 창녕군에 살던 평범한 주민이자 2003년 출범한 산불전문예방진화대의 일원이었다.
지방자치단체가 운영하는 진화대는 민간인으로 구성된다. 평시에는 산불예방 활동을 하다가 불이 나면 잔불 정리, 뒷불감시 등을 도맡았다. 비교적 작은 규모의 산불이 나면 먼저 가서 진화 작업을 시작하는 경우도 있었다. 하루 7만 원 가량의 임금도 받는다. 거주지나 인근 지역에서 대형 화재가 발생하면 일부 인원이 ‘산불광역관리대’로 차출되기도 한다. 인근 주민들에 따르면 평소 공 씨 같은 진화대원들은 분무기 물통 등을 들고 다니면서 잔불을 끄기도 했다고 한다.
공 씨 등 진화대원들은 22일 오전 11시경 산불 현장에 도착했다. 하지만 당시 불은 이미 소규모 화재가 아니라 대형 산불 수준이었다. 불을 끄며 서서히 올라가던 대원들은 갑자기 불어온 역풍을 타고 퍼진 불길에 포위됐고 그중 공 씨는 불을 피해 도망가다 절벽에서 뛰어내렸다. 다리를 다친 공 씨는 이후 화마에 휩싸였다.
차 씨는 공 씨의 죽음을 황망해하며 “진화대원이 주로 하는 일은 잔불 정리인데 왜 위험한 산 위로 올라간 건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같은 진화대에서 근무하다 이번에 숨진 이모 씨(64)의 친척도 “진화 대원은 민간인이다. 전문가가 아니라 주민들이 산불 감시하고 잔불을 끄곤 했던 것”이라며 “왜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납득이 안된다”고 했다. 그는 “형님은 창녕에서 홀어머니를 모시던 평범한 농부”라며 “큰 아들을 귀하게 살피던 홀어머니는 쓰러져서 눈물만 흘리고 있다”고 하소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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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각에선 초동 대처나 잔불 정리 등 비교적 덜 위험한 작업에 투입됐어야 할 민간인이나 비전문가들이 소방관도 아닌데 화재 최전방에 무리하게 투입됐다가 변을 당했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전국공무원노동조합 경남지역본부는 23일 입장문에서 “대형 산불은 헬기를 이용한 진화가 우선이고, 공무원 및 진화대는 큰 불길이 잡힌 후 잔불 정리 등에 투입하는 것이 상식”이라며 “초기 진화에 급급한 나머지 무리하게 투입하여 발생한 사고가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지울 수 없다”고 덧붙였다.
창녕=조승연 기자 cho@donga.com 창녕=전남혁 기자 forward@donga.com 대전=이정훈 기자 jh8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