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럽게 싸움을 걸면, 어떻게 더럽게 싸우죠?”
하정우의 진짜 위기다. 흥행 배우로서의 타이틀도, 연출가로서의 역량도 위태롭다. 호감 스타들의 대거 출연에도 구할 길이 없는, 진정 말리고 싶은 더러운 싸움, ‘로비’(감독 하정우)다.
(중략)
언뜻 현실적인 설정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코미디를 위한 경로를 따라 점점 산으로 향한다. 이야기나 메시지는 단순 명료한데, 전혀 의도대로 전달되질 못한다. 억지스럽고도 유치하고 올드한 경로 때문에.
과한 캐릭터들이 다채롭게 등장하지만 매력적으로 어울리진 못한다. 이름값이 아까운 앙상블이다. B급 유머는 화끈하지도 소소하지도 않은 채 어정쩡하다. 더러 못 말리게 익살스런 장면들이 있긴 하지만 중반부 이후로는 완전히 자취를 감춘다.
이야기에 붙인 살은 작위적이고, 비호감 설정들만 한가득이다. 재밌는 볼거리는 적고, 클라이맥스로 갈수록 불쾌 지수만 치솟으니, 속도감도 붙질 않는다. 기대했던 하정우표 말맛이나 기발함, 화려한 라인업 만큼의 티키타카가 없으니 아쉬움을 반등시키기란 역부족이다.
주인공 창욱을 비롯해 진흙탕 싸움에 참전하는 모든 인물들은 비호감이거나 비현실적이다. 몰입할 인물이 없으니 이 논스톱 상황극이 재밌을리가 없다.
무엇보다 여성 캐릭터들의 쓰임은 시대를 역행하고, 신박한 리듬감도 기대 이하다. 엔딩은 가장 무성의하다. ‘초짜 감독의 패기’란, 배우 겸 감독 하정우의 ‘황금 인맥’이란 특혜에도 작품은 전혀 티켓 값을 하지 못한다. 반가운 동료들과 소중한 추억을 쌓았을지 모르나, 그가 쏟아부은 열정과 진심과는 별개로, 관객의 성에 찰리가 없는 완성도다.
영화의 최대 빌런을 연기한 배우 김의성은 “마음이 확 움직이는 무엇을 느꼈다”며 “이상하고 재밌게 즐겨주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안타깝게도 영화는 이상하기만 하고 재밌진 않다. 마음만 확 상할 뿐이다. 추신, 어쨌든 폭싹 속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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