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 처장은 유 실장에게 ‘향후 조치는 국정원 등이 할 것인데 안되면 너희가 가져와라’고 지시했다. 유 실장은 검찰에서 “(정 처장의 지시를) 출동장소의 서버 등 데이터 자료를 확보해 오라는 의미로 이해했다”고 밝혔다. 현장 출동을 준비하는 군인들 사이에서 사법경찰관도 아닌 군인이 서버를 확보하는 데 대한 문제 제기가 나왔다. 유 실장은 팀 과장들과 1시간 넘게 논의를 거쳐 불법 지시를 따르지 않기로 했다. 유 실장은 “오늘 우리는 한강을 넘지 않는다”는 기준도 세웠다. 현장에 군을 투입하지 않겠다는 일종의 기준선을 세워둔 것이다. 국회가 12월4일 새벽 계엄 해제를 의결하면서 여론조사 꽃에는 단 한 명의 군인도 투입되지 않았다.
계엄 선포 한참 전부터 여인형 전 사령관이 부정선거와 관련한 여론전을 염두에 두고 준비한 정황도 드러났다. 유 실장은 검찰에서 지난해 8월 을지훈련 때부터 “여 전 사령관이 ‘사령부의 사이버 관련 IT 인력이 얼마나 되느냐’고 확인 지시해 수사팀 편성표를 만든 적이 있었고, ‘단기간에 비물리적인 공간에서의 공격에 대응할 필요가 있다’는 식의 말을 했다”고 밝혔다. 이후 6개팀 구성 계획이 실제로 발표됐다. 실제 계엄이 선포됐을 때 유 실장은 을지훈련 준비상황을 연상하기도 했다.
유 실장은 또 “여 전 사령관이 ‘인지전을 해야 하는 것 아니냐’면서 ‘방첩사 유튜버를 만들고 싶은거다’라는 말을 한 적이 있었다”고도 말했다. 유 실장이 일관되게 반대 의견을 개진하면서 부정선거 조사 등과 같은 구체적인 업무지시가 내려오진 않았다.
유선희 기자 yu@kyunghyang.com이창준 기자 jchang@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