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0년, 대형 기획사의 시스템 바깥에서 등장한 스테이씨(STAYC)는 청량하고 직관적인 틴프레시(TEENFRESH) 콘셉트로 대중 정서를 휘감으며 바로 주목 받았다. 데뷔 초 'ASAP', '색안경' 등 발표곡이 크게 히트하며 단순한 신예를 넘어설 가능성을 보여줬다. 하지만 최근 성적은 그 흐름이 예전 같지 않다. 전작 정규 1집 타이틀 곡 'Cheeky Icy Thang'은 멜론 일간 차트 100위권 진입에 실패했고, 최신작 싱글 6집 'S'의 타이틀 곡 'BEBE' 역시 반등의 기미가 희미하다. 데뷔 초반 '중소의 성공 사례'로 주목받았던 스테이씨는 이제, 복합적인 업계의 변화 속에서 방향을 다시 정립해야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이들의 다음 선택이 팀의 지속성과 정체성 모두에 중요한 분기점이다.


'Teddy Bear'와 'TEENFRESH'는 음원뿐만 아니라 음반에서도 연쇄 커리어 하이를 찍었다. 'Teddy Bear'의 초동은 34만 1,047장, 'TEENFRESH'의 초동은 35만 2,402장을 기록했다.
하지만 스테이씨는 이후 가장 힘 줬던 정규 1집에서 오히려 존재감을 크게 잃고 말았다. 정규 1집 'Metamorphic'는 무려 14곡을 수록했고, 1년이라는 공백 끝에 발표한 앨범이었다. 그러나 타이틀 곡 'Cheeky Icy Thang'은 멜론 일간 차트 최고 122위(2024.3 기준)에 그치며, 정규 앨범으로서 가져야 할 무게감과 상징성을 확보하지 못했다. 초동은 더 처참했다. 전작에 비해 절반도 못 미치는 9만 5천여 장을 기록했다.
K팝은 주기적 활동과 노출이 곧 존재감이 되는 구조다. 콘텐츠 과잉 시대에 '보이지 않는 팀'은 곧 '잊힌 팀'이 되기 쉽다. 특히 걸 그룹 시장은 매년 수십 팀의 신인이 등장하는 초경쟁 환경이다. 스테이씨가 정규 1집을 준비하는 동안 뉴진스, 아이브, 르세라핌 등 4세대 대표 주자들이 연달아 히트하며 시장 구도를 재편했다. 특히 스테이씨는 팬덤형보다는 음악에 기반한 대중 친화적 그룹으로 자리해 왔던 만큼, 장기간의 공백은 상대적으로 더 치명적이었다.

그럼에도 스테이씨는 여전히 이 시장에서 특별한 팀이다. 한 번의 히트에 머물지 않는 팀임을 이미 증명했고, 콘텐츠의 완성도와 팀의 역량은 여전히 여타 걸 그룹과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K팝 시장에서 중소 기획사 출신으로 이 정도의 성과를 만들어낸 팀은 여전히 드물다. K팝신에서 무드와 스타일의 전환은 필연적이나, 변화의 중심에 스테이씨만의 고유한 감성 코드가 부재할 경우, 이는 확장이라기보다 분산으로 인식될 가능성이 높다. 때문에 틴프레시를 고집할 필요는 없지만, 장르건 메시지건 그룹의 핵심 가치와 감성 코드가 일관되게 흐르는 상징적 구조 확보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