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람의 손자’ 이정후는 더이상 야구 대표팀의 ‘참사’를 원치 않는다.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 외야수 이정후는 9일(한국시간) 미국 애리조나주 스코츠데일의 스코츠데일 스타디움에서 열린 캔자스시티 로열즈와 캑터스리그 홈경기를 마친 뒤 취재진을 만난 자리에서 “내가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참사가 계속됐다”며 대표팀에 대해 아쉬움을 드러냈다.
이정후는 한국 야구 최고의 선수답게 대표팀 경력이 화려하다. 그러나 그의 말대로 좋게 끝난 기억이 별로 없다.
2018년 자카르타 팔렘방 아시안게임에 출전해 대표팀의 금메달에 기여했으나 당시 대표팀은 선수 선발 과정부터 시작해서 많은 논란과 비난에 시달렸고, 금메달을 받았음에도 환영받지 못했다.
2019년 프리미어12는 결승까지 진출했으나 일본에 패하며 준우승에 그쳤다.
그래도 이 두 대회는 결과라도 냈다. 이후에는 ‘참사’의 연속이었다. 2020 도쿄 올림픽에서는 도미니카 공화국에 패하며 4위에 머물렀고, 2023년 WBC에서는 호주와 일본에게 패하며 1라운드 탈락했다.
이정후는 앞서 지난 2월 캠프 초반 가진 인터뷰에서도 “대표팀은 경험 쌓는 곳이 아니라 그해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친 선수들이 가서 대한민국 이름을 걸고 싸우는 곳”이라며 자신의 소신을 밝혔다. 이런 소신도 그 아쉬움에서 나온 발언인 것.
그의 대표팀과 관련된 이번 발언은 마침 류지현 신임 야구 국가대표팀 감독이 애리조나를 찾을 예정인 가운데 나온 것이라 더 눈길이 간다.
류지현 감독과 조계현 KBO 전력강화위원장은 지난 8일 미국으로 출국, 메이저리그 스프링캠프가 열리고 있는 애리조나와 플로리다를 방문, 2026년 WBC에서 한국 대표팀 출전이 가능한 한국인 선수 및 한국계 선수들의 경기를 지켜볼 예정이다.
현지시간으로 9일 류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관계자들과 만날 예정인 이정후는 “국가대표팀 감독이 뭐라고 하실 게 있겠는가. 와서 가르치려고 하시지는 않을 거 아닌가. 말 그대로 얼굴 보고 얘기하는 자리일 것”이라 말하면서도 “미국에서 느낀 점이라던지, 한국에서 만날 때는 쉽지 않았던 이야기들을 할 것”이라며 대표팀에 대한 자기 생각을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물론 이 자리에서 대회 참가에 대한 확답은 내놓기 어렵다. 2026년은 아직 먼 미래이기 때문.
이정후가 2026년 WBC에서 태극마크를 달기 위해서는 일단 2025시즌을 건강하게, 그리고 잘 마칠 필요가 있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 어깨 부상으로 많은 경기를 뛰지 못했다. 과거 추신수의 대표팀 참가가 좌절된 사례에서 볼 수 있듯, 부상이 많으면 구단이 대회 참가를 허락하지 않을 수도 있다.
이정후는 “(대표팀 참가를 얘기하기에) 지금은 너무 이르다. 대표팀도 중요하지만, 이번 시즌 성적, 그리고 건강이 더 중요하다. 이번 시즌을 부상없이 잘 치러야 한다. 일단은 지금 당장 놓인 상황에 집중하고 싶다. 내가 이번 시즌을 건강하게 잘 치르면 그때는 알아서 불러주실 것”이라며 생각을 전했다.
아직 구단과 대회 참가와 관련된 논의도 없었다고 밝힌 그는 “일단 지금은 시범경기가 중요하고, 이번 시즌이 중요하다”며 당장은 2025시즌에 집중하고 싶다는 의사를 밝혔다.
[스코츠데일(미국)= 김재호 MK스포츠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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